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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말숙 ㅣ 큰곰자리 54
김유 지음,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2월
평점 :
교실에서 한 학기 한권 읽기로 <겁보만보>를 할때 아이들은 언제나 마지막에 '말숙이 이야기 나올 것 같은데요?' 라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꼭 정말 그럴 것 같았는데 좀처럼 소식이 없다가 드디어 <무적말숙>이 나왔다. 1권만한 2권 없다지만 무적말숙은 1권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앞서 집에 있는 초등2학년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사실 우리 아이는 만보보다는 근자감 높은 말숙이 쪽에 가까운 아이여서 그런지 내가 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참 좋았다. 말숙이는 오빠 넷의 막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과 편애를 듬뿍 받고 자랐다. 놀이의 규칙은 나몰라라,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해야하는 데다 힘도 세서 친구들은 슬금슬금 피한다.
다른 여러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놀이터에 혼자 남은 말숙이 쓸쓸함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쑤셔 넣는데, 목이 꽉 메어 왔어. 목이 메니 진짜 더 쓸쓸해졌어.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지만 마음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웠어. 말숙이는 먼 산을 바라보았어. 어디론가 휙 떠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37쪽
그렇게 해서 만보가 갔다와서 겁보 딱지를 뗀 곳으로 말숙이도 다녀오게 된다. 물론 그 고개를 넘으면서 호랑이도 도와주고, 산신령도 도와주면서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어쩌면 말숙은 떠나기 전부터 이미 마음속에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말숙은 가족과의 관계때문에 나눔을 배울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아서 좀 늦어졌을 뿐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배려와 나눔을 본능적으로 실천하는 어린이가 어디 있을까? '어쩐지 쓸쓸함' 을 느껴보면서, '나눔'의 기회를 얻고 경험하면서 그렇게 한발짝 한발짝, 한고개 한고개 넘어가며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배려'를 아무리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잔소리하며 아이를 가르치는 것 보다 바로 그 '어쩐지 쓸쓸함'을 느껴보는 것이 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6년 만에 무적말숙이 나왔다.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의 등장을 알리며 이야기를 마쳤다. 백곰의 이야기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