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젠더화된 이유는 재난 자체의 파괴력 때문이 아니다. 마치 호수의 물이 다 빠지고 밑바닥의 시체가 드러나듯이, 재난이 사회의 표면을 휩쓸어 버리고 사회의 실재를 전면에 노출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계급적 불평등, 인종차별, 불의, 부패, 엘리트의 위선, 국가권력의 무능력이 악취를 품으며 실제의 몰골을 드러내는 것이다. -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