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똑똑교양 1
최원형 지음, 이시누 그림 / 책읽는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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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환경책을 많이 찾아 읽으면서도, 나는 좀 거만하게 '이미 잘 알고있지.' 라는 태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미 알지만 어린이 친구들에게 쉽고 재밌게 알려줄 좋은 책을 찾고 있다는 생각말이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의 그 거만하던 태도는 쑥들어가고 어느새 공손한 태도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알고 있는 문제는 여러가지 환경문제 중에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할까) 환경에 대해 공부하는 일은 계속해서 너무나 보잘것없이 작은 나를 확인하는 일인 것 같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라는 흔하디 흔한 명제를 계속해서 되짚어 가게 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계절별로 분류하여 한 계절당 5~6개의 주제를 다루니 총 21개나 되는 환경관련 이야기를 읽게 된다. 제목인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도 실은 이 21개의 주제 중 하나이다. 환경 관련해서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나 싶다. 심지어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정말 잘 알지 못했던 내용도 많다. 소음때문에 새들이 짝짓기에 방해를 받는 다던지 빛 공해가 심하던지, 소가 그렇게 많은데도 쇠똥구리가 먹이가 없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정말 생소했다.

또한 모래톱에 햇빛이 비쳐 금빛이 난다는 내성천이야기도 이 책에서 처음 읽었는데 찾아보니 영주댐과 내성천의 갈등이 현재도 극심하게 진행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성천 바닥에는 모래가 깊이 쌓여 있는데 그게 정수기 필터 역할을 하거든. 상류에서 더러운 물질이 강에 섞여 들어온다 해도 두꺼운 모래층이 걸러주지. 또 모래층 깊은 곳에 물이 저장되어 있어서 내성천 주변 마을은 늘 물이 풍부하단다. 게다가 내성천에는 흰수마자가 살아" 98쪽 (흰수마자야 돌아오렴)

모든 이야기를 다 전달 해보고 싶지만 그냥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중요한 건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이 환경문제는 너무나 거대해서 내가 손쓸 수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텀블러나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전기와 물 아끼기에 국한되어 있는 것일까? 그것밖에 없을까.

"기후가 변한다는 것은 이런 거야. 아무리 가물어도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나오니까, 우리는 좀처럼 가뭄을 실감하지 못하지. 그런데 동물이나 식물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거야." 80쪽(흙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편리해서 정말 물을 틀면 콸콸 나오고 버튼만 똑딱해도 전기로 불도 켜도 밥도 한다. 인류가 오랜시간 살아온 곳은 동물과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인데 그곳에서 떨어져나와 인공적인 곳에서 살아가다보니 자연을 파괴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 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환경을 위한다고 가벼운 실천을 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생태파괴와 기후위기로 다른 동식물들이 더 먼저 고통받고 있으며 그 고통이 우리 인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경실천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물종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태계 그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잘 알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교실에는 동물에 관해서는 나보다 훨씬 잘 아는 동물박사님들이 많다. 그들에게 좀 더 많이 배우고 이야기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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