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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밖에 모르는 거짓말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배경 옮김 / 책속물고기 / 2020년 8월
평점 :
발령 첫 해의 일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지 않기를 무척 강조했다. (지금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정직이라는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느낌이다) 어떤 아이가 일기장에다가 거짓말을 가끔 할 수도있는데 선생님은 이유도 모르면서 혼낸다고 글을 써놨다. 3학년이었다. 그 일기를 읽고 무척 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이 후에 육아와 교육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하다보니 거짓말도 발달 단계에 따라 나타났다가 스스로 판단력을 높여가면서 어떤 거짓말은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하지 말아야하는지 서서히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니 무조건 거짓말을 하지말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이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 살펴보고 거짓말 할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지나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밖에 모르는 거짓말> 에서도 두려움이 루시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크게 두가지 사건이 있다. 1) 아빠 차를 긁었다. 2) 친구의 기니피그를 몰래 데리고 왔다가 잃어버렸다. 그저 사건을 회피하기 위해 동생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짓말을 했는데 그로 인해 동생이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를 보면서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루시는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줄 알지만 말이 입 안에 계속 남아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죄책감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47쪽
이 밖에도 사소한 거짓말들이 더 눈에 띄었다. 거짓말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어른들은 예의이라고 생각하지민 아이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 허풍 : 나 그거 할 수 있어
2) 예의 : 다른 사람에 대해 예의를 차릴 때는 거짓말이 예의라고 가르친다. 바른대로 말하면 혼남.
3) 상상놀이 : 마법의 물약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놀이
4)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
"루시가 볼때는 어른들은 오만가지 규칙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꼭 지키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규칙을 가볍게 넘기곤 한다. 규칙을 지키는데 나이가 중요하다면 루시도 나이를 먹으면 마음껏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뜻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루시 처럼 '정직도 꽤나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발령 첫 해의 그 일기를 썼던 아이가 나보다 훨씬 정직의 복잡함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짓말은 무조건 안돼!'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대해 더 잘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교실에서나 집에서나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만나는 여러 상황마다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들기보다는 거짓말의 피해와 영향,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봐야겠다. 그럴 때 이 책을 함께 본다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