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사계절 저학년문고 69
오주영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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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있는 두 분야, 환경 그리고 책이다. 누구나 환경,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그만큼 잘 실천하고 있지 않기에 환경이라는 주제를 읽자면 좀 불편해진다. 읽어서 재밌고 공감되어야하는데 환경이라는 주제는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기분이 들기 쉬울 것 같다. 그래서인가 환경을 다룬 어린이책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만큼 환경이라는 것이 삶과 동떨어진 일이거나 우리의 관심밖의 일일지도. <빨간여우와 북극바캉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북극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여우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의 문제에 직면하게 해 준다.

표지가 정말 예쁘다. (아니 삽화가 전부 정말 예쁘다.) 이 표지 장면이 빨간 여우가 상상하는 북극의 이미지이다. 어쩌면 빨간여우만큼이나 우리에게도 자연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아마존, 북극, 히말리야, 심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공간, 미지의 공간에는 환상. 빨간 여우는 그런 꿈에 부풀어 북극으로 가는 배에 훌렁 몸을 싣고 떠난다. 그러나 빨간 여우가 만나는 것은 해적질을 하는 북극곰, 쓰레기를 뿜어내는 고래들이다. 고래가 뿜어내는 쓰레기더미를 보고 찻집운영을 하던 여우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빨간 여우의 귀 안쪽이 빨개졌습니다.

'여우 찻집 컵은 없겠지?'"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동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고래이야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자신은 평생 써보지도 않고 만들어내지도 않은 밧줄, 그물, 플라스틱 컵으로 인해 죽어간다는 것은 너무나 지독한 아이러니다. 그 밧줄의 주인, 플라스틱 컵의 주인은 자기가 고래를 죽였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별 생각없이 플라스틱컵에 매실을 담아 팔던 빨간 여우는 고래가 쓰레기를 내뿜는 것을 지켜보고 난 뒤에야 ' 어쩌면 나도..?'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함께 매실차를 나눠먹는데 처음에 나왔던 1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니라 머그컵에 매실청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글에서 따로 설명은 없다. 그래서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환경보호라는 것이 '고고한 내가 불쌍한 너희 고래, 야생동물을 지켜줄게' 라는 시혜적인 자세로 보여지는 것이 싫다. 결국 한 끗차이긴 하지만 '업보'를 해결하는 것이고 '내가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내게 진짜 소중한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해보면 좋겠다.

좋아해서 잡아먹는 게 아니예요. 잡아먹으니까 좋아하는 거죠. 우리는 오랫동안 물범을 지켜봤어요. 물범이 날쌔면 우리가 놓치고 우리가 날쌔면 물범이 잡혔죠. 우리는 꼭 먹을 만큼만 물범을 사냥해 왔어요

55쪽

먹을 만큼만 사냥하는 것.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것. 우리가 회복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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