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 교사에게 그림책이 필요한 순간
김준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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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한 책을 발견하면 반갑게 찾아읽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지 않게 되었다. 그림책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나오면서 단순히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는 책들도 종종 만나면서부터였나보다. 나도 그림책을 ‘활용’해서 수업해보고자하는 마음에 그림책 활용 교육과 관련된 책들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놓게 되었다. 그런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겨 읽는 ‘취향’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림책이 어떤 사람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삶과 그림책. 그런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림책을 수업에도 수시로 활용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교과수업에 활용되는 도서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조금씩 거리가 있었고 약간의 관계가 있어서 활용하더라도 맥이 끊어지거나 시간대비 효과가 떨어지거나 할 때도 많았다. 그리하여 그림책 ‘활용’ 수업보다는 아침시간을 이용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을 감정을 듬뿍 담아서 읽어주는 경우가 더 많게 되었다. 그림책은 그림책, 수업은 수업. (역시 나의 능력부족임을 인정한다.)

긴 서론 끝에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미리보기를 통해 본 작가의 말에서 ‘난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 않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예뻐하고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는 교사다.’ 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런 고백은 하기가 쉽지 않다. 교사라면 당연히 학생을 사랑해야만 것이 아닌가?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듯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했고,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심각한 고민 끝에.. 결국 ‘나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나봐’ 라는 결론으로 끝맺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한 결론은 그렇다면 내가 교사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으로 직결되면서 좌절감, 미안함,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그런 쉽사리 할 수 없는 고백을 하는 책이라면 무언가 다를 것이다! 라는 기대를 안고 책을 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한순간 기대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자존감’과 <너는 특별하단다>라니. 너무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식상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런 내용들이 1부 내내 이어진다.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볼 만했던 것은 적나라한 교사 생활 그 자체였다. ‘많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승진 점수를 채우는 데 훨씬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115쪽 던가 ‘처리해야 할 공문이 신경쓰이고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125쪽 던가.. ‘연수를 듣는다고 실제로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놀고 있으면 불안해서 늘 뭔가를 배우러 다닌다’ 128쪽 던가...’학생들은 점점 제멋대로 인도 가정과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교사가 모든 것을 해주길 기대한다’ 133쪽 던가...그런 이야기들은 몹시 공감되었다. 그러나 교사생활 다똑같군 하는 공감 만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 사람이라고 고백해 놓고, 갑자기 나를 사랑하라는

“그렇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어여쁜 사람이다. 세상 모든 존재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소중한 존재다.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존재다. 난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 세상 다른 누구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난 특별한 존재다. 내가 가진 능력이나 재능 때문이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난 특별하다.” 29쪽

이러한 글들은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나를 사랑할 만큼 풍부한 사랑과 드높은 자존감을 가졌다면 학생들을 못 사랑할 이유도 없겠지...ㅠㅠ

2부에 들어오면 김준호선생님이 변화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선생님이 회복력 생활교육을 접하고 신뢰서클을 이용한 첫 만남, 믿음과 신뢰가 있는 관계를 쌓으며 학급을 운영한 경험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다보면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예뻐 보였다. 학생 개개인의 삶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뭉클했다.학생 저마다의 아픔에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177쪽 그런 과정에서 소개한 <아무도 지나다니지마> <돼지와> <야쿠바와 사자> 같은 책들은 선생님의 마음 속에 얼마나 지지와 위로가 되었을지 생각해 본다.

한 권의 좋은 그림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 (김준호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내가 그 책을 읽을 당시 이미 가지고 있는 고민과 경험들이 그림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적다고 여긴 김준호 선생님은 이미 그에 대한 생각과 고민..과정에서 그림책들을 만나니 김준호 선생님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아무리 야쿠바와 사자를 읽는 들 학생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겨났을리가 없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다시 한번 1부를 생각하면 그 1부마저 이해가 된다. 이러 저러한 과정을 거쳐 학생(뿐 아니라 사람,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된 선생님은 정말 진심을 담아 나를 사랑해야한다고 여겼을 것이나, 맥락을 빼고 갑자기 읽은 나는 당황스럽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 인간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야한다는 것은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 환자를 사랑하는 의사..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어려운.. 마치 종교적인 깨달음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김준호 선생님의 첫 고백을 다시 새겨 본다. ‘사랑’이라는 말 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본능, 당연함, 의무 같은 것을 빼고 오히려 사랑은 배워가고 키워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고 삶 그 자체가 아닐까. 내가 엄마가 되고 ‘모성’ 이라는 것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노력하지 않는 다면 내가 교사라는 이유로 당연히 ‘학생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한 교사의 성장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기뻤다. 그러나 자전거를 보고 배울 수 없는 것 처럼 아마 ‘학생을 사랑하는 일’도 김준호 선생님을 보고 기뻐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만의 경험과 고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그림책, 책, 심지어는 대중가요(이 책에 대중가요도 많이 인용된다)... 나는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이 책에 나오는 그림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해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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