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송종찬 지음 / 작가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을 마지막 읽은게 언제인가 싶다. 아마도 아이를 낳고서는 시집을 읽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시인이 경험한 개인적인 생각을 그 시인의 목소리로 함축적이고 내포된 이야기를 많이 쓰는 것 같아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그 시인의 삶을 알지 못하기에 그냥 여러 편의 시 중에서 한편의 시가 마음에 들기만 해도 시집을 골라서 그 시만 늘 되뇌였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오랫만에 읽는 시집이라 많이 낯설거란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을 낳고 키운 10년이란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 내가 경험하지 않고 알게된 간접 경험을 통해 내 가슴에 녹아 있었던 감정이 있어  공감이 되는 시가 몇 편 있었다. 

 시인의 어떠한 의미로 쓴건지 66편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간사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마음에 들었던 시를 소개하며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

 

<지붕 위의 십자가>

 

부모님 나와 피를 나누시고

내가 자식을 낳아 부자의 연을 맺은 것은

닿지 않을 무량의 저편으로

살을 이어 가는 것이니

결혼을 하여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아내와 몸을 섞는다는 것은

발목이 꺾이는 진흙의 길을

맨몸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으니

머지않아 나이 사십

부모 자식 간의 세로지르기와

아내와 나 사이 가로지르기의

중간에서 때로는 잠 못 이룬 채

아내와 어머니의 한숨의

무게를 재보기도 하고

밀물처럼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서지는 파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것

세상에는 섞을 수도

나눌 수도 없는 것들이 많아

나는 넉넉한 품을 가진

한 그루 낙락장송이 그리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