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페인어라고? - 모르고 쓰는 우리말 속 스페인어,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홍은 지음 / 이응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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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같던 언어가 소통의 물꼬가 되자

비로소 스페인이 바로 보였다.

'삶과 사람, 문화를 이해하는 데

언어만큼 훌륭한 도구는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점점 스페인어와 스페인 문화에 젖어들었다.

- 여는 글 中 -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했음에도 저자의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이 독백에서 난 저자와 어느 새 한 팀이 된 느낌이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스페인어에 점점 젖어들어갈 수록 그녀가 느꼈던 환희가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그 나라와 문화를 알고, 그 나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민족의 '얼'이 담긴 언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건 진리이다. 그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말과 글을 그렇게도 철저하게 탄압했으리라.

     


     방송국 조연출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방송계에서 일을 하던 저자는 우연히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영화 속에서 본 쿠바의 아바나에 매료된 그녀는 그 곳에 꼭 가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 바람대로 3년 뒤 꿈을 이루게 된다. 쿠바를 시작으로 남미 대류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던 그녀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으니 언어의 장벽이었다. 세계 인구 중 약 5억 명이 사용한다는 스페인어를 정작 본인은 모른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는 '스페인어 정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이후 5년 간 꾸준히 스페인어를 익히게 되었고, 스페인어가 점점 익숙해지자 이젠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아 보자는 도전을 하게 되어 스페인에서 5년간 살게 된다. 한국에서 5년, 스페인에서 5년 도합 10년 간 스페인어를 배운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도예활동을 하며 외국인 및 한국인들에게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그녀에게 모국어처럼 익숙한 언어가 되어버린 스페인어 중 우리 나라에서도 우리말처럼 널리 쓰이는 단어들을 모아 편 낸 게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이게 스페인어라고요?" 라는 질문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티키타카', '그란데', '츄파츕스', '아반떼', '엘칸토', '디오스' 등이 스페인어라는 사실에 퍽 흥미로웠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한 편으로 인해 남미로 떠나게 되고, 그 여행을 통해 스페인어를 향한 갈망이 생겨났으며, 스페인어를 통해 스페인으로 향하게 된 저자의 삶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무척이나 부럽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파급력 있는 축복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안다. 그 축복을 꿈꾸며 벌써 4년 째 날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만학도의 나에게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큰 격려로 다가온다. 언젠가 나도 자유롭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그 날을 다시금 꿈꿔보며 오늘 분량의 영어공부를 위해 이어폰을 꽂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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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 - 맞벌이부부 조기퇴직시스템 설계
이윤정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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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책을 보던 중 나의 소망이 곧 제목인 책을 찾았다. <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 결국 나는 앉은 자리에서 이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버렸다. 여지껏 읽은 책들의 경우 제목이 튀거나 자극적이다 싶으면 내용이 의외로 싱겁고 가볍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제대로다. 시쳇말로 '찐'이다.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16년 경력의 전직 연구원, 2017년에 책 읽기와 투자 그리고 글쓰기 시작, 2022년에 부부 모두 퇴사. 그녀의 스펙(?)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책을 읽던 중 '아! 오늘 공휴일이구나'라는 한 꼭지의 제목이 그녀의 현재 생활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남편과 근처 맛집을 찾았는데,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보고 왜 이렇게 사람이 많나 의아해했는데, 남편과 이야기 나누다가 그날이 공휴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것이다. 보통 직장인들 같으면 오매불망 휴일을 기다리기에 주말, 공휴일을 모를 수가 없는데 매일매일이 공휴일이니 요일의 개념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이 대목에서 '찐'으로 그녀가 부러웠다.

     연구소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던 그녀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직장에서 서서히 지쳐갔고 결국 퇴사를 꿈꾸게 된다. '10년 후 퇴직'이라는 목표로 홀로 하나 둘 준비해간다. 그 첫번 째로 칼퇴근을 했다고 한다. 퇴근 시간 이후로 초과근무도 하곤 했었는데, 목표가 생기자 퇴근 시간은 절저히 지켜 퇴근 후에는 투자자 모드의 스위치를 켰다고 한다. 이 대목도 무척 와닿았다. 나 역시 퇴근 후에도 남아서 일하고 올 때가 많은 편인데, 시간없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들을 잘 모아야 하기에 퇴근 시간 이후의 내 시간 역시 허투루 써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녀는 조기 은퇴를 하기 위한 요구사항으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한다.


1) 근로소득을 통해 종잣돈을 모으기

2) 근로소득을 자산소득(주식, 부동산, 금, 달러, 채권, 저작권 수익료 등)

으로 하나씩 바꾸기

3) 종잣돈을 모아 자산소득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독서, 강연, 모의투자

등으로 부자의 그릇 키우기



     그래서 그녀는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며 자산소득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평소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보니 독서모임도 이끌게 되고 책도 펴게 되었으며 현재는 라이팅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파워 J 성향답게 저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어디서도 듣기 힘든 귀한 정보이기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허투루 넘길 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새벽마다 독서를 하는 그녀답게 책의 곳곳에서 많은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이게 또 하나의 꿀팁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책 제목들을 따로 메모하기에 바빴고, 당장 '밀*의 서재' 앱에서 '머니파워'라는 책을 찾아서 읽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같은 한숨이 나온다. 그리도 잇따라 또 한 번 한숨이 나오는데 두번째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한 번 위로 치켜들었다가 툭 떨굼과 동시에 한숨이 나온다. 나는 안다. 이 두 번의 한숨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첫번 째의 한숨은 그녀가 몹시 부러워서 나온 한숨이고, 두번 째의 한숨은 나도 이젠 노후 계획을 좀 세워봐야겠다는 각오가 담긴 한숨이다. 나이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책 속에서 얻은 여러 정보들을 조합해보면 대충 나와 비슷한 또래인 듯 싶다. 다른 건 난 두 아이의 엄마이고 그녀는 딩크족이라는 것. 그러기에 나보다 시간적인 면에서도, 경제적인 면에서도 여유가 좀 더 많았으리라. 그래도 그녀는 나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누구라도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 하루라도 빨리 내 시간을 확보하고, 내 안의 거인을 깨운다면 말이다. 좋아. 내일 새벽부터 미라클 모닝이다.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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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 건강습관 - 99세까지 팔팔하게, 백세 노인이 전해준 건강관리 노트
정해용 지음 / 리스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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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온수와 냉수를 섞은 음양탕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음양탕이 신진대사에 도움을 준다는 기사를 본 이후로 내가 남편에게 전도하게 된 좋은 습관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맞멀이 부부의 바쁜 아침이다 보니 남편과 분업을 하였는데 남편이 아이들 아침식사(계란 스크램블, 프렌치 토스트 등)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우리 부부 아침식사로 직접 갈아 만든 사과 당근 주스와 만 24시간 발효시킨 요거트에 제철 과일들을 썰어넣어 준비한다. 남편이 아침마다 변비 증상을 호소하며 답답해 하기에 유튜브 여기저기를 검색하다 알게 된 두 가지 메뉴인데 7개월 가량 먹다보니 남편의 변비에 제법 효과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중년이 되고 나서 느끼는 탄수화물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데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렇듯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건강에 대해 점점 신경이 쓰일 뿐 아니라 작지만 좋은 습관 하나 하나가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몸으로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런 시기에 <9988 건강습관>이라는 책을 만났으니 이 어찌 진심으로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10년 전, 식품공학 박사이자 건강전문가로 유명하신 유태종 교수님이 추천하신 '9988(무조건 오래 살기만 할 게 아니라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누웠다가 죽음을 맞이 하자)'이라는 개념을 담아 발간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그러다 10년 후 최신 정보들로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 새 건강서로 재탄생된 것이 이 책인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실제로 99세를 넘겨 세 자리 수의 나이가 된 유태종 박사님이 바로 이 책의 진실과 효용을 입증한 셈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서 한국인들의 장수에 도움이 될 만한 건강생활 정보들을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각 장마다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 1장 : '건강하게 사는 생활습관',

- 2장 : '건강을 지키는 식사법'

- 3장 : '활력을 유지하는 운동법'

- 4장 : '젊게 사는 마음 건강법'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가지 건강 정보들 중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 잔잔한 연주 음악이나 새소리, 종소리 등 안정된 소리를 들으면서,

       혹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앉아 머릿속을 비우면 두뇌가 빨리 늙지않는다.

        --> 화를 낼 때는 머리로 열이 몰린다.

             머리가 뜨거워지는 만큼 손발과 오장육부는 열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병이 생긴다.

        --> 속으로 애를 태우거나 화를 내면 피가 흑갈색으로 띤 강한 산성이 된다.

            산성을 좋아하는 세균들이 혈액 안에 늘어나 면역 세포에 손실이 생기며,

            그것들이 몸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로 몰려들어 암을 유발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건강습관, 식사법, 운동법, 건강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미 유태종 박사님이라는 산증인을 통해 입증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장년, 노년에도 건강하고 팔팔하게 살고 싶다. 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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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노래하는 트바로티, 김호중의 음악세계 - 국내 최초 김호중 음악 평론
조성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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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유럽여행을 하던 중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멀리서도 보이던, 말로만 듣던 두오모 성당의 웅장한 돔을 향해 골목 골목을 지나 따라가다 보니 거짓말처럼 넓은 광장이 떠억허니 나타났다. 바로 두오모 성당 앞 두오모 광장이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두오모 성당을 직접 보게 되어 흥분되기도 했지만 광장에서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주던 많은 버스킹 음악가들의 모습에 또 한 번 매료되고 말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그날 피렌체에서 맛 본 감동을 잊지 못해 유튜브 여기저기를 검색하며 피렌체에서 버스킹 하는 영상들을 찾아보던 중 김호중 씨가 어느 성악가 분과 버스킹 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유명한 <네순 도르마>와 <오 솔레미오>를 그가 좋아하는 성악가 형과 멋지게 부르는 영상이었는데, 영상을 통해 듣는 노래지만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피렌체에서 심쿵했던 그 날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김호중씨는 그렇게 또 한 번 내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 그냥 성악도 잘 하고 트로트도 잘 부르는 가수라고만 생각했던 김호중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던 무렵, 마침 김호중의 big fan이자 huge fan인 친정엄마가 이 책을 주문해달라고 하셔서 온라인 서점에서 얼른 구매를 해서 엄마와 같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김호중 사용설명서'와 같은 책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어떤 노래에 특화되어 있는지에 관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언론인 겸 음악평론가인 저자가 김호중의 여러 지인들을 비롯해서 그와 함께 음악작업을 한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내용들을 음악적 상식과 함께 적절히 버무려 정리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술술 잘 읽혀진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tv에 종종 김호중이 보여도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다. 성악가도 아니요 트로트 가수도 아닌 그의 정체(?)가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불렀다는 노래제목들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며 하나 하나 듣다보니 왜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를 LA 오페라단 무대에 세우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음악평론가인 저자의 쉽고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다보니 김호중을 바라보던 나의 시각이 편협했음을 단박에 깨닫게 되고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제야 좀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가 얼마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성악가인지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김호중이 너무 편하게 고음을 소리낼 수 있어서 오히려 청중들에게 강한 임펙트를 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저자의 볼 멘 소리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말인즉, 김호중이 그만큼 멘탈이 강하고, 무대에서 떨지 않으며, 노래를 그야말로 즐기고 있음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호중의 콘서트 때마다 티켓 예매해달라고 조르시는 친정엄마가 유치해보였는데 이제야 엄마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고 라이브로 듣는 그 감동은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된다. 다음 번 콘서트 때는 티켓을 2장 예매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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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김도희 지음 / 모놀로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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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짓는동안 부엌 싱크대에 달려있는 조그만 tv 화면을 늘 켜둔다. 뉴스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전국의 농촌 마을들 위주로 소식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는데 주로 보는 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저녁정보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어느 프로그램이다. 맛집소개를 비롯해서 자식들에게 엄마의 따뜻한 음식을 보내는 코너가 감동적이어서 보곤 하는데 그 외에도 나를 가장 사로잡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나나랜드'이다. 주로 시골에 귀농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주거환경을 꾸미고 사는 이 코너는 저녁식사 준비하기 바쁜 그 와중에도 나의 시선을 뺏고도 남는다. 그 코너 덕분에 이제 '나나랜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설레며 에너지가 샘솟을 정도이니 말이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이렇듯 이제는 나에겐 유의미한 단어가 되어버린 '나나랜드'가 제목에 떠억허니 들어있는 책을 봤으니 이 아니 반할 수가 있겠는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라는 제목만 보고도 나는 책에 마음이 훅 가버렸다. 과연 저자는 어떤 곳에 살길래 '나나랜드'를 두고 글을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 스웨덴, 리투아니아, 미국 등 4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고 36개국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가며 나만의 '나나랜드'를 하나 둘 만들어가는 저자. 그녀의 이야기는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모범생으로 학창생활 시절을 보내고 인서울 대학교 진학 후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저자는 도망치듯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귀국하기 무섭게 또 다시 리투아니아로 가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대학 졸업반 때는 스웨덴으로 유학을 다녀온다. 가장 행복하고 모두가 평등한 나라 스웨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오랜 시간 다져온 자신만의 고정관념을 깨게 되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나만의 균형과 자연스러움을 지켜나가면서 행복을 하나 둘 알아가게 된 저자는 나만의 '라곰'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매일의 행복이자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죽음이 없었다면 어쩜 그녀는 한국에서 대학 나오고 힘겹게 취업의 문을 통과한 후 결혼해서 평범하게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일이 슬픈 일이긴 하지만, 어쩜 아버지께서 그녀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가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감히 해본다.

      우리는 쉬이 경험하기 힘든 스웨덴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작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 문화들 속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그들만의 철학이 행복지수 높은 스웨덴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배울 점들이 참 많았다.

     행복이란 '눈치 없는 삶'이라는 저자의 말이 무척 와닿는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삶을 설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매일 연결되는 시간을 보내며 매일 용기 있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겠다는 저자의 행보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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