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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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읽으며 필사로 더 가까이 따라간 책

“미루지 말자”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다.

가족의 상실 이후
더는 미루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야기.
그 용기 앞에서
솔직히 부럽고, 조금은 멀게 느껴졌다.
일반인과는 다른 삶이라는 괴리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내 삶 쪽으로 조금 당겨보기로 했다.

“미루지 말자”를
발리로 떠나는 결단이 아니라
가고 싶던 카페, 다음 달 말고 이번 주에 가기
피곤해서 미루던 운동, 10분이라도 오늘 하기
마음 쓰였던 사람에게, 나중 말고 지금 안부 보내기
이렇게 바꿔보는 것.
우리는 큰 선택을 쉽게 바꾸긴 어렵지만,
작은 선택에서는 충분히
‘미루지 않기’를 실천할 수 있으니까.

읽는 책이 아니라 베껴 쓰며
나의 시간으로 옮겨오는 과정이었다.

이 책은
나를 바꾸기보다
나를 조금 덜 미루게 만든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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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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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큰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에는 연민이면 충분하다"
_Albert Camus


* 느끼는 마음에서, 움직이는 마음으로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읽은 한 권은 오래 남는 것 같다.

연민에 관하여는
그렇게 마음에 머무는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선도 있구나”
하는 감탄에서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생각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단순한 공감이나 동정이 아니다.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도울 방법까지 고민하는 태도다.

저자인 프랭크 카프리오는
판사라는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며
법보다 앞서 사람을 보려 했던 인물이다.
다만
그의 연민이 가능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가 다뤘던 사건들이
주로 교통법규 위반과 같은 경미한 범죄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범죄의 영역까지 같은 방식의 연민이 가능할까?
(아닐것이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다.

연민이란 무조건적인 이해가 아니라
상황과 책임의 무게를 고려하면서도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라는 점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운다”는 말이다.
환경과 경험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이 만들어지고,
그 태도 역시 선택하고 길러지는 것이라는 점.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사람을 조금 덜 쉽게 판단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생각은 조금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공감에서 멈추고 있는가
아니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가.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나를 돌아보고 싶은 분
+ 공감과 연민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 부담 없이 읽히는 인문 에세이를 찾는 분

📖 p.106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이다.
연민을 배우기에 늦은 때는 없고,
연민을 실천하기에 늦은 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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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필사 -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고전필사노트 1
김동완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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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변화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태어난 책.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이어지고,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 속에서
같은 의미를 여러 번 되새기게 된다.

막혔을 때는
밀어붙이기보다 돌아설 줄 아는 쪽을 떠올리게 되고,
그저 한 줄을 쓰며
그날의 나를 가만히 살피게 된다.

빨리 읽히지 않는 책이라 더 좋은 것 같다.
한 글자씩 옮겨 적는 동안 생각의 속도도 함께 느려진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느린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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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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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미 사회생활을 했지만
다시 ‘신입’의 자리에서 시작하게 된
차윤슬의 직장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낯선 조직, 미묘한 관계,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장면들이 이어져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읽다 보니 작가의 전작인 책들의 부엌과
겹쳐지는 장면이 등장한다.(내 예상 적중)
아주 잠깐 스쳐 가는 연결이지만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반가운 순간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이야기 속 ‘구름 프로젝트’.

작가님이 실제로 운영하는 서점 구름산책이 떠올라
현실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 가본 적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내적 친밀감도 살짝 상승.

전체적으로는 큰 반전보다는
현실적인 직장 생활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라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전작이 남긴 여운이 조금 더 크게 남는다.

그래도 직장이라는 세계에서 버티고, 배우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시간을 잔잔하게 담아낸 이야기였다.

어쩌면 윤슬의 이야기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 새로운 직장이나 팀에서 다시 시작해 본 경험이 있는 분
– 현실적인 직장 이야기에 공감하는 직장인
– 책들의 부엌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

📖 16쪽
이제 막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오늘 쓸 에너지를 몽땅 지하철에 갖다 바친 기분이었다.

📖 36쪽
사람들이 실아온 이야기엔, 늘 힘이 있으니까요.

📖 68쪽
북토크가 끝나고도 윤슬은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야기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작가의 말이,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희미하게, 그러나 지워지지 않을 듯한 자국처럼 남았다.

📖 85쪽
"세상이 이렇게 널찍한데 우린 맨날 좁은 사무실이랑 회의실에서만 사는 것 같네요."

📖 199쪽
"씨앗은 처음부터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워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라나고, 언젠가 열매를 맺고요. 아즌 똑부러지잖아요?"

📖 260쪽
어떤 이별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뭉툭해지지 않은 채, 생생한 날카로움으로 남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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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 (스프링) - 하루의 위트를 키우는 일력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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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

"드립력"이라는 이름 때문에 처음엔
좀 센 유머와 번뜩이는 위트를 기대했다.
하지만 끝까지 넘겨보니 그런 종류의 드립은 아니었다.
빵 터지기보다는
피식 웃거나 잠깐 멈춰 보게 하는 문장들.
웃기려고 애쓰기보다
가볍게 말을 거는 쪽에 가까웠다.

이 일력의 매력은
유머의 강도가 아니라 넘어가는 리듬에 있다.
웃음이 크지 않아도 매일 넘기기에 부담 없다.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보면 드립력 달력은
웃기기보다
느슨하게 하루를 열고 닫는 일력이다.

📖 인생이란 무엇인가?
먹고 자는 사이에 짬을 내 뭔가를 하는 것이다.
혹은 뭔가를 하는 척하면서,
하기 전후에 먹고 자는 것이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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