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요즘 아이들에게 만화로 인물, 신화, 과학 등 다양한 내용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그 책들에게 좀 아쉬운건 "만화"라는 형식에 얽매여서인지 억지로 개그 코드를 집어 넣으려고 하고, 정작 중요한 "정보"는 뒷전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림체 역시 단순한 선과 색채로 제작된 것들이 많아 때론 거칠고 원색적인것 같단 느낌조차 받는다. 

이 책은 나의 이런 "만화"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책이었다. 조선의 명화를 만화로 담았단 설명을 보았을 때 내 생각은 당연히 위의 저런 책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단 그림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작가의 설명을 보니 수묵화를 공부했고, 그 공부의 깊이가 남달라보인다.  

게다가 만화적 요소를 넣으려면 필연적으로 스토리가 필요한데 그 스토리를 "명화"로부터 끌어왔으니... 먹을 다룰 줄 아는 작가가 조선의 명화에 대해 만화로 풀어쓴 이 책은 가히 다른 만화책들보다 매우 차별화된다 하겠다. 

혹시 누군간 "재미가 없는 것 아니야?"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아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남계우의 〈화접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음직한 그림에 이런 스토리가 숨겨져 있었다니, 그런 스토리를 발견한 것도 놀랍고, 그 스토리를 이렇게 위트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도 놀랍다. 

아무쪼록 실로 엄청난 책을 한 권을 발견한 듯하다.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강력 추천한다. 

좀비, 괴물, 요정들의 문해력파티1

좀비, 괴물, 요정들의 문해력 파티 1 ㅣ 좀비, 괴물, 요정들의 문해력 파티 1
정재영 지음, 박우희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5월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각종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제 문해력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솔직히 학부모인 나로선 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내 아이의 수준보다 훨씬 높은 각종 독해 문제집들을 보며 조바심도 나고, 만화책만 보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아이의 구미를 당길 좀 더 재미있는 책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문해력 파티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좀비, 괴물, 요정들이라니.. 요즘 아이들은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을 좋아하는데 딱 그에 맞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이런 소재가 문해력과 연계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사실 이 책은 좀비,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뱀파이어같은 소재들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문제들을 푸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아이들은 좀 더 아이들이 집중력있게 글을 읽을 수 있고, 이를 좀 더 수월하게 문제 풀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너무 쉬운 수준도 아니고 다른 독해 문제집에서 볼 수 있을 수준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 자기 생각 쓰기, 추론하기 와 같은 문제도 볼 수 있어 놀랐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지만 그림체가 귀여워 그 무서움을 적절히 반감시키는 것 같다. 솔직히 책을 읽는다기 보단 독해 문제집 같은 느낌이었지만 시중의 독해 문제집이 너무 어렵기도 하고, 내용이 다소 딱딱한 경우가 많아 아이가 지레 겁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아이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읽어보고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여 마음에 들었다. 2편도 보고싶다.

잃어버린 얼굴

잃어버린 얼굴 ㅣ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책하면 흔히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처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있다. 책표지조차 예사롭지 않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책의 특성상 그림책을 볼 땐 그림을 자세히 보는 편인데, 세밀하고, 부드럽고, 거칠고, 화려하고, 따뜻하고,,,, 각각의 장면마다 그 느낌이 충만한 그림을 보며 명화집을 보는 것 같아 벅차올랐다. 그림책의 뼈대를 이어가는 글엔 철학적 사유가 가득한데 가히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사진을 찍을때 마다 얼굴에서 꺼풀이 하나씩 벗겨질거야."라는 대사를 보고 '잃어버린 얼굴'이라는 제목처럼 섬뜩했다. 글과 각종 은유로 뒤덥힌 그림의 상호작용은 이 책을 계속 곱씹어보게 한다. 

초등학생 학부모로서 비슷함을 추구하는 학부모, 학생들 사이의 유행을 볼때면 때때로 '이만큼은 해야된다'는 생각이 점점 퍼져가는건 아닌가 우려될 때가 있다. 등하굣길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엄마들은 비슷한 신발, 비슷한 모자, 비슷한 외투를 착용하고 있다. 아이들도 "쟤 옷이 좀 특이하다. 왜 저런 옷 입지?" "쟤 핸드폰 키즈폰이다." 와 같이 겉보기에 서로 비슷하지 않으면, 혹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배제해버리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평균적인지, 혹은 얼마나 평균 이상인지 그 모습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이는 취업, 대입, 결혼, 등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N포 세대"는 자신은 이 기준에 부합될 수 없음을 체념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또렷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주인공은 사진을 찍을때마다 그 얼굴이 흐려졌다. 결국엔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리고 이웃의 관심을 얻기 힘들게 되자 불법적인 경로로 사진을 찍어도 얼굴이 흐려지지 않는 새 얼굴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카페에 들어간다. 그런데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같은 얼굴이다. 놀란 그가 도망치려 하자 한 사람이 말한다. "곧 익숙해질거야." 

내가 가진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보다 남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의 집합체인 SNS.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채찍질 하는 듯 하다. 고민하지 않으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남과 비슷한 모습에 위안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내 진짜 모습일까. 결국 끝없이 만들어지는 기준에 계속 아둥바둥 살아가지 않을까. 이를 인식하고 익숙함에 균열이 시작되는 그 지점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찾게 되는 것같다.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

수상한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 1 - 바다 생물 ㅣ 수상한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 1
김준연 지음, 최재천 감수 / arte(아르테) / 2023년 4월

수상한 생선이라는 유튜버를 최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생물의 특징을 해부를 통해 알려주는 내용이라니 이렇게 신선한 유튜브 채널이 있는 지 몰랐다. 

솔직히 처음에 영상을 보기 전엔 굉장히 잔인할 것이라 생각해서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한 두개 보기 시작하니 수상한생선의 설명에 빠져들고 생물에 대한 각종 신기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생각보다 잔인하진 않았다.)

이 내용이 책으로 정리되어 나왔다.

영상이 책을 통해 정리되면 재미가 반감되거나 생생함이 덜할 것 같았는데

웬걸 책은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설명을 영상보다 더 자세하게, 천천히 읽을 수 있다. 

경골 어류, 연골어류, 분수공, 생식소, 유문수 등 생물에 대한 다양한 용어를 좀 더 쉽고 자세하게 알 수 있으며,

영상에선 일시정지를 누르고 확인하고 싶었던 각종 영상의 주요 부분들을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확인해 볼 수 있다.

평소에 정말 궁금했었던, 멸치 똥은 똥이 아니라고?!, 불가사리는 어떻게 생물을 먹지?, 해삼은 왜 오도독하지? 새우는 왜 뼈가 없지? 와 같은 질문들을 '아~ 그렇구나.'라는 답이 나오게 해부를 통해 설명해준다.  

이렇게 생물을 해부하면서 그 특징을 알아 본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

피가 낭자할 것 같은 책이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이 바다 생물 편에서는 척추동물 어류, 극피동물, 절지동물, 연체동물 순으로 같은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을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육상 생물 편은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 

조만간 구입해보아야겠다. 

초등 과학 진짜 문해력 4-1

초등 과학 진짜 문해력 4-1 ㅣ 초등 과학 진짜 문해력
아꿈선 교수학습자료개발연구소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2월

과학 교과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감을 못잡는 아이들 또한 많다. 

더구나 이상하게 다른 교과보다 과학 교과는 

학습 만화가 풍부하여 아이들이 과학 교과서 읽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또한 과학은 실험과 연계되는 부분이 많아 더 생소한 교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과학 문해력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초등 교과서 7종에 수록된 핵심 개념어를 빠짐없이 담아 

과학 교과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자세한 설명과 이미지 자료 뿐만 아니라 실제 사례와 과학적 원리의 연계, 생활 속 재료로 실험하기 등도 제시하여 

과학 문해력 책을 넘어 또 하나의 과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적절한 분량의 글과 풍부한 예시자료까지 어디 하나 모자름이 없는 책이다.

과학 교과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