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펫숍 오브 호러즈 Petshop of Horrors 6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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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제의식과 재미를 모두 잡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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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한길그레이트북스 26
에드문트 후설 지음, 이종훈 옮김 / 한길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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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전 칸트는 한 때 학문의 여왕이었지만, 이제는 웃음거리로 전락한 형이상학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순수이성비판을 저술하였다. 그는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었던 철학의 한계를 설정하고, 진리 자체보다는 그 진리가 가능한 조건을 탐구하는 (메타)학문으로 철학을 재정의 하였으며, 그를 통해 당시 태동하던 자연과학의 위협에 맞서 철학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런 칸트의 시도에서 출발한 독일 관념론은 결국, 쉘링과 피히테를 거쳐 헤겔에 의해 (실상 칸트가 구상했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완성되었는데, 그러한 노력과 별개로(아니 심지어는 그것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면서 까지) 자연과학은 점차 견고한 학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가히 지배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자연과학주의의 득세는 실증주의(positivism)라고 불리는 사조의 전성기로 대변된다. 실증주의란 기본적으로 감각적 경험이나 실제적으로 검증 할 수 있는 지식만이 유의미한 지식이라고 간주하는 일종의 인식론적 태도 혹은 방법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실증주의는 원래 물리학과 같은 제한적인 학문 영역에서 통용되어져 왔던 하나의방법론이었으나, 이 시기 자연과학의 득세와 함께 그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사회 물리학을 제창하며 사회학의 기틀을 닦았던 콩트나, 인간의 심리를 하나의 실증적 연구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다양한 실험과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하고자 했던 빌헬름 분트와 같은 실험 심리학, 심지어 언어의 변천을 엄격하고 합리적인 자연과학적 법칙에 의한 것이라 믿었던 라이프치히 대학의 문법학자들(소장문법학파)에 이르기까지, 가히 학문의 전 영역으로 그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자연과학에 반대되는 정신과학(Geisteswissenschaft)의 독자적인 영역을 수호하려는 시도 역시 여전히 존재해 왔다. 정신과학이라는 용어를 제창하며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설립하려면 딜타이나,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문화과학(Kulturwissenschaft)이라는 용어를 제창했던 신칸트학파의 수장 리케르트나 빈델반트, 이해 사회학(verstehende Soziologie)

이라는 독자적인 연구 방법론을 제창하며, 실증적 자료와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콩트류의 실증주의적 사회학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했던 막스 베버 같은 사람들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철학의 영역을 지키려는 칸트의 시도를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방법론적으로 실증주의에 얽매이거나, 궁극적으로 모든 학문의 메타 학문으로서 보편학을 추구했던 칸트와는 달리, 그저 자연과학과 병치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을 정초하려는 시도에 머무르고 말았다. 후설의 현상학은 바로 이러한 학문적 위기에서 출현한 학문으로, 진리를 실재하는 객관적 사실에 머물게 하려는 실증주의와 주관적 인식의 구성주의적 틀로 환원하려는 유사 관념론적 입장 모두를 비판하면서 의식의 지향성과 대상간의 관계를 엄밀히 연구하여, 인식과 관련해서 선험철학의 견지에서 하나의 엄밀한 보편학을 추구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후설 현상학은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등의 학자들에 의해 비판적으로 수용, 발전되어 하나의 독자적인 철학체계를 형성 하였으며, 오늘날 까지도 매체철학, 미디어 학, 미학, 영화 비평등 다양한 영역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학문으로, 구조주의나 분석철학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조로 손꼽히고 있다.

 

유럽학문..은 후설의 말년(1936)의 저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전개하기 보단 그때까지 전개된 이론들을 정리하는 느낌의 저작으로, 현상학이라는 거대한 사조에 입문하기 위한 하나의 입구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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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한 예술
아미르 D. 악젤 지음, 이충호 옮김 / 알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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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인문학중에서 구조주의를 좋아하고 누구보다도 구조주의에 있어 수학의 영향에 

민감한 사람이기도 하다. 실상 부르바키 보다는 힐베르트, 러셀 쪽에 관심이 많지만.. 

어쨌든 이 책이 발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많은 기대를 했다 

그간 한국에 부르바키 수학만을 따로 떼서 소개한 책이 거의 없다싶이 하기도 했고 

 인문과학 특히 구조주의와의 연관속에서 조망한 책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책이 될꺼라 생각했다.  

 근데 정작 책을 읽어보면 소설도, 역사서도 사상사도 아닌 것이 

 책 내용의 절반에 이르기까지 인물소개만 하고 있다.  

물론 인물소개와 병행해 이론을 짧게 짧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매우 난삽하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못하다.  

서사적 재미나 구성 면에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못미치고 

내용적인 튼실함은 왠만한 교양 인문학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부르바키가 뭔지 그와 관련해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으로 얽혀있는지를 적당히 알려면 개괄서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얻기엔 솔직히 많이 부족한 책이고... 

글 자체의 재미도 떨어지는 책이라는게 개인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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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하룻밤의 지식여행 15
다리안 리더 외 지음, 이수명 옮김 / 김영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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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시리즈는 비록 정말로 하룻밤에 모든것을 읽고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특유의 심플함, 그리고 그 심플함 속에서 수많은 학문과 사상가들의 이론을 밀도있게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입문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리즈이며 실재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관심이있는 분야의 입문서로 이 책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가 '라캉'으로 한정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선택은 아닌데, 물론 그것은 여러 사상가들 중에서도 라캉을 특별히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이 라캉이라는 복잡, 다단한 사상가가 '하룻밤'에 읽혀질 수 없어야 한다는 일종의 독점욕이 작용한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솔직히 이 책 자체가 라캉의 이론을 '입문서'에 맞는 형태로 잘 정리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라캉의 이론들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기 보다는 오히려 방대한 라캉의 사상을 마치 꼭지점 찍듯이 중요한 지점들을 느슨하게 콕콕 찍고 넘어간다는 느낌이 강하며(ex>라캉과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사이에 연관성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뜬금없이 '교환'체계의 설명이 등장하는 부분이라거나..) 그 결과 라캉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기 보다는 어느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껏 자신이 공부해온 내용들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슥 흩어보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게다가 라캉이라는 인물의 전기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 책은 조금은 친 라캉적인 성향이 강한데 예를들어 유달리 돈에 집착하던 라캉의 성향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전혀 다루지 않는다거나 한번 결혼한후 다시금 재혼한 라캉의 결혼생활을 그리면서도 중간의 이혼을 정말 의도적이라고 밖에 할 수없는 방식으로 빼먹을 정도로 라캉이라는 한 인물에 누가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알아서 기어' 그를 상상적으로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다. (후기에 보면 그가 이 책을 쓰는 과정에 자크 알렝 밀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는 라캉의 사위다...-_-;)

 오히려 전기적인 측면에서는 새물결에서 출판한 엘리자베드 루디네스코 저, 양영자 역 자크 라캉 1,2 권이 대다수의 발언, 사건들에 대해 출전을 밝힐정도로 꼼꼼한 조사로 씌여진 좋은책이고 중간 중간 설명해 놓은 이론들 역시도 훨씬 꼼꼼하고 알기쉽게 되어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멜컴 보위는 더 읽어볼만한 책을 소개하면서 '아직까지 신뢰할만한 라캉의 전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루디네스코의 서적을 언급한 후 '이 책에서 언급하는 사실들은 상당수 근거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으니..정말 내용의 옮고 그름을 떠나서 이 정신분석학계의 여러 파벌들 사이에서 벌이지는 묘한 파워게임의 모습을 본의아니게 확인한듯해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쓰다보니 마치 이 책에 대한 단점들만 마구 늘어놓은것 같은데, 결국 내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이 책은 라캉의 복잡하고 방대한 이론을 비교적 훌륭한 방식으로 요약, 설명하고 있지만 그 방식이 워낙 주마간산 식이라 라캉에 대한 호기심으로 처음 그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나아가서 그의 이론만이 아니라 라캉이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해서 알고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비추다. 하지만 자신이 이제 라캉에 대해 어느정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한다면 정리하는 느낌으로 한번 슥 흩어보기에는 충분한 책이며 그것만으로 이책은 한번쯤 손에잡을 가치가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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