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이 말합니다.


같아 보인다구요! 그게 아니라 사실대로인 거지요.

'같아 보인다'는 말은 모릅니다.

어머니, 저를 진실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이 새까만 외투도, 의례적으로 입는 이 검은 상복도 아닙니다.

억지로 우려내는 긴 한숨도 아니요,

넘치는 강물 같은 눈물도 아니요,

낙담한 얼굴 표정도 아닙니다.

그 밖에 슬픔을 드러내는 온갖 모습과 기분과 모양도 아니지요.

이들이야말로 같아 보이는 것들입니다.

누구나 연기 할 수 있는 행동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밖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내면을 가지고 있으니

이들은 그저 비애의 장신구와 의복일 따름이지요.


햄릿이 진실함과 진실하지 못함을 구별하고 있는 대사입니다. 요즘 저의 심정으로 햄릿의 말을 듣다보면 회오리치며 껴져가는 제 생명을 느낍니다. 진실함이나, 거짓이 있음이나, 존재나, 안과밖이나, 이런 문제들은 힘을 잃었습니다. 앎과 모름도 어둠 속에 있습니다. 뭘 할 수 있습니까. 뭐라도 있어야 할 곳이 비어 있습니다. 그것이 거짓이거나 허구이거나 장신구이거나 겉치레이더라도, 볼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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