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 -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알려주는
이자키 히데노리 지음, 전지혜 옮김, 박상호 감수 / 아티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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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커피숍에 가면 커피의 종류가 엄청 많다. 보기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덕후는 아니고, 믹스커피도 마다하지 않는 이에게는 엄청 곤혹스러울 정도이다. 커피에 대해서 어떤 개취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입이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마실 뿐인 존재에게는 그렇다. 아메리카노처럼 아주 많이 쓰지만 않다면, 어떤 커피라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그렇다. 굳이 마신다면 카라멜마끼아또 정도로 퉁치면서 대접으로도 마실 수 있는 상황도 그렇다. 이처럼 아이스크림이나 콜라도 먹지 않지만 커피에게만 관대한 이유는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맛이 아니라 향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시골집의 방바닥 구들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 커피의 향기는 그때의 향수와 같은 것이다. 그렇게 커피에는 시간을 입힐 수 있다면, 과거 시간에 커피향을 묻히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 대기의 줄에 서서 커피를 생각한다.

 

2014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6개의 챕터에 걸쳐,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취향에 맞는 최고의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기술과 사고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방법에는 로스트와 추출5분의 3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맛을 내는 과정에서 그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게 한다. 현재 시판 중인 관련 도구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도구의 품질이 다양한 맛을 내는 데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도 짐작하게 한다. 맛이라는 것 자체가 아주 주관적이라는 특징 때문에, 커피라는 기호식품이 객관적으로 가장 맛있다는 것의 기준은 선호 내지 호평 받는 맛이 시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아주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커피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가장 맛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취에 어울리는 최적을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굳이 명확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커피는 있으면 더 좋은 기호품에도 그만의 특징이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커피의 역사는 이제 갓 100년이 넘은 것이기에, 우리에게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

 

더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본인의 취향에 맞는 맛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로스팅 정도에 적절한 온도를 알아낸 후 유연하게 온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187페이지)

 

매일 마시는 한 모금의 커피가 나의 혀끝을 적시려는 데에는 여타의 음식처럼 상당한 시간과 아주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피자식물문 쌍덕잎식물강 국화아망 꼭두서니목 꼭두서니과 커피나무속으로 분류되는 커피는 여러 품종이 있다. 이 식물의 씨앗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적도의 일정 높이의 지역에서 뿌리를 거두어서 빠르면 3년이 지나서 1년에 한 번씩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에서 분리된 원두는 여러 날을 거쳐서 수천 키로미터의 나라로 와서 로스팅 되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의 연속 속에 불연속이 진행된다. 품종, 테루아르(terrior), 재배방법, 가공, 보관, 로스팅, 추출. 단계 하나하나에 엄청난 내공이 들어가게 된다. 각각의 불연속에 어떤 외부의 힘, 특히 온도와 시간이 어떻게 가해지느냐 따라서 커피의 맛과 풍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미각과 후각을 통해 온몸을 전율케 한다. 이런 공정에 어떤 취향을 가미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스패셜티가 나온다. 또한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른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은 기호품은 그렇게 실현된다.

 

커피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맞닥뜨리는 첫 장애물은 본인의 맛 취향을 알지 못한다는 점일 것입니다(34페이지). 커피라는 씨앗 자체는 엄청 쓰지만 로스팅과 추출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다양한 맛과 풍미를 내게 한다. 쓴맛, 신맛, 단맛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어우러지면서 깔끔한 맛, 깊이 있는 맛, 산뜻한 맛, 부드러운 맛이라는 개성의 욜로시대 실생활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맛을 창출하고 있다. 거기에 욜로족들의 발길을 끊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을 유발한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맛을 취할 수 있기에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애물은 반드시 넘어서거나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기호품이라는 특성에 따라서 시간 때우기 용도로 마신다면, 커피의 모든 맛에 무지하게 관대한 이에게는 모든 종류에 크게 다르게 차별하지 않으며 기꺼이 즐길 수 있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커피를 대하게 된다.

 

농도는 크게 로스팅 정도, 물의 온도, 입자의 크기, 드리퍼에 영향을 받습니다.---(144페이지)

 

입자의 크기는 추출의 열쇠,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맛이 눈에 띄게 변한다(123페이지). 투자를 하려면 곡 그라인더에 투자하십시오(122페이지). 자신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최고 중의 하나는 아주 적절한 그라인더를 갖추는 일이다. 로스팅의 정도와 취향의 농도를 제격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입자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고운입자, 중간 입자, 거친 입자, ‘어느 정도 크기의 입자 가루로 만드냐에 따라서 커피의 농도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거기에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자신만의 취향을 아주 적절하게 최고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커피라는 기호식품의 특성에는 개인의 정성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여 외적인 과학의 힘이 있어야 한다.

 

농도를 바꿔서 취향을 찾다.-------(144페이지)

 

온도를 조절하는데 있어 중요한 점은 로스팅 정도에 맞는 온도를 아는 것, 그리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농도감을 끌어내는 온도를 아는 것입니다(157페이지). 커피의 맛과 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시간과 온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온도는 재배부터 보관, 그리고 고체가 액체가 되어 우리의 손 안에서 향기를 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커피의 농도 결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온도는 항상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로스팅 방법과 추출방법에 따라 이상적인 물의 온도는 다르게 설정된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 북위30도 이내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그 가치를 다할 때까지 온도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였다.

 

훌륭한 품질의 커피는 식어도 마실 수 있지만, 품질이나 추출에 문제가 생기면 톡 쏘는 맛이나 자극적인 맛 때문에 끝까지 마시기 힘들어집니다(104페이지). 식은 커피는 한여름에 냉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원래 맛있는 커피는 뜨거워도, 차갑게 식어도 맛있어야 한다. 커피에게 온도가 중요하지만, 온도의 변화에 따라서 본질이 바뀌는 것은 진짜라고 보기 어렵다. 따듯한 커피가 아니라 식은 커피를 마신다는 것을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커피 덕후들에게는 최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피를 특별한 별미가 아닌 심심한 입을 위해서 마시는 경우에는 커피를 몇 시간동안도 두고두고 먹는 경우에는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식은 커피를 먹지 않을 수가 없다. 식은 커피는 그냥 버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몰라도, 순전히 입가심으로 마시는 커피는 얼마든지 그 자체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덕후가 아닌 사람은 안다.

 

커피의 품질적인 정답이나 기호는 계속 변화한다(103페이지)

 

최근 카피 업계에는 물의 중요성과 함께 과학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194페이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맞는 것은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과학의 힘이 숨어 있다. 커피의 99%는 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원두의 질량과 물의 양은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커피 가루 한 알 한 알에 숨어 있는 이산화탄소와 맛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는 들이는 내공은 과학실 실험의 수준에 이른다. 굽는 방법, 물의 경도, 단계별로 나눠지는 물의 양과 속도, 물을 따르는 거리와 방법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에서 구석구석까지 물과 온도가 커피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 온갖 정성의 과학을 체계적으로 심어 놓아야 한다. 거기에 무심코 지나갔던 드리퍼 데우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야만 그 몇 분의 시간을 위한 약간의 몇 모금을 위한 정교함은 아주 편하게 먹을 수 만들어 놓은 커피 믹스의 힘을 알게 하면서 일종의 건방짐에 가깝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 그렇게 초간편으로 온갖 과거의 향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히려 사치라는 생각도 치울 수가 없다. 과학 아닌 과학의 스타일이 숨어 있는 커피가 가져다주는 맛과 향기가 괜히 수많은 사람을 홀릭의 공간으로 빠져들게 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커피는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줄 수 있습니다(231페이지). 잘 만들어진 커피는 만국 공통의 마음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도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너무 디테일하여 건드리면 톡 터질 것만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은 중독은 아니더라도 현재의 코스가 되었다. 하나하나의 단계에서 아주 많은 정성이 있어야 자신의 취향에 최적인 커피가 눈앞에서 코끝에 향기로 지그시 감싸줌에는 과거가 있게 한다. 고시생 시절에는 막간의 휴식 시간에 친구들 담배 필 때에 대용으로 마시기 시작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마신다. 그때와는 많은 다른 이유가 있다. 그 독특한 향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것에, 어렸을 때에 시골집에서 느꼈던 냄새와 비스무레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개취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빠져드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그렇게 삶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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