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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손 - 나스닥 CEO겸 회장 로버트 그리필드의 미래를 위한 10년의 기록
로버트 그리필드 지음, 강성실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변혁의 시대에 ‘시장을 움직이는 손!’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주 흥미진진하다. 특히 코로나19까지 와서 기하급수로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도 아직은 시장에서 생존법의 갈피를 잡지 못한 사람에게는 더욱 아주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손’을 알고서 나의 생존법을 찾고 싶어 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의미에서 호기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두 어장 읽고 보니, 나스닥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의 시장은 일반적 의미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변화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선행 지수 중에서도 최전선에 서 있는 자본시장의 선두 기업의 혁신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여간 심쿵한 것이 아ㅇ닐 수 없다. 또한 미국 자본시장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알지 못하는 자본시장 꿈나무들에게는 아주 구미가 땡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변혁의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하였는가’에 대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203년부터 2016년까지 나스닥의 CEO로 재직하면서 조직개편, 거래의 속도와 안정성을 위한 신기술의 도입, 외국 증권 기업의 인수, 정계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미지의 공간으로의 모험과 미래에 대한 도약의 과정을 통하여 경쟁하고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 준다. 적나라한 변혁의 시대에 글로벌 기업의 성공한 리더가 되가 보여 주는 산지식에의 간접적 경험은 또 하나의 흥분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보다, 꼭 리더는 아니더라도, 더 원초적으로 변혁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시장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접근을 찾을 수도 있다. 나스닥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바라보면서 시장을 움직이는 힘보다는 온몸으로 그 힘에 버텨내고 생존하는 한 개인으로서의 힘을 바라보고 싶었다. 즉 top down의 하향식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으나 bottom-up의 상향식 관점에서, 조직론의 관점이 아니라 행위론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였다. 혁신은 기득권 조직의 경계선에 일어난다(321페이지)는 말보다는 창조적 천재는 인상적인 뛰어난 발명품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아이디어들을 창조적인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하는 데에서 탄생한다(99페이지)는 말이 훨씬 심쿵하게 한다.
나스닥이 주식 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여 경쟁사인 뉴욕 증권거래소에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논픽션은 시작된다. 밀레니엄의 문을 열고 21세기라는 들어서자마자,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국 경제는 흔들렸다. 미국 경제의 중심에 있는 나스닥은 흔들림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2003년 닷컴 거품 붕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은행의 파산을 불러온 세계금융 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있어서 점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다. 10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행사 같은 것이었다. 시장은 끝임 없이 변했고 기업체는 호황과 몰락을 번갈아 가며 주인공만 달리 했다. 자본주의의 냉정한 효율성은 기업의 유구한 역사와는 상관없이 변화시켰다. 그 속의 모래알 같은 개인들은 더 간단명료하게 변화의 굴레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나스닥도 시대의 흐름 한 가운데에 있었다. 경제 뉴스에 주가 데이터 제공하거나 나스닥 인덱스 100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허가를 하는 데이터 및 인덱싱 사업,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하는 상장 사업, 그 상장 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전자 거래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나스닥은 그 사업들은 주주와 기업 사이의 거래를 중재자이며 자본 사이의 연결 지점을 제공한다. 경제의 혁신과 기업가 자본주의를 충전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나스닥이 보여주는 변혁의 속살에서, 혁신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어느 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아니라 과도기에 놓여 있는 시장과 싸우는 것이다.---(74페이지)
규정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자기 자본금을 기준으로 두 시장에 상장될 수 있는 기업을 구분하고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증권거래소와는 달리, 미국의 다우지수의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지수의 나스닥은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서 경쟁관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기업체가 자신의 유불리를 고려해서 상장하고 싶은 곳에 상장하는 구조이다. 기업이 자의적으로 거래소를 바꿀 수 있고, 심지어는 이중 상장도 가능한 구조이다. 거래소는 유도전망한 기업들을 자신의 거래소에서 상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체와 경제적 인연 이상을 맺어야 하고 다른 거래소와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한다. 기업에게 매력 포인트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곧 얼마나 많은 기업을, 그것도 투자자에게 많은 구미를 주는 기업을 상장 유치하느냐가 하나의 마켓팅이고 수익이 되는 것이다. 주식 거래소인 나스닥이 수익을 내려면, 많은 기업이 상장해야 하고, 투자자는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장 기업이 호황을 누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이 불안하고 망하는 기업이 많고 손실 투자자가 많아서 시장을 떠나게 되면 나스닥의 수익도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결국 나스닥과 주식회사와 투자자들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3각관계를 이룬다.
나스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 페이스북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벤처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첨단 정보통신 업체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어 첨단 벤처 기업의 활동 기반이 되고 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등 세계 증시의 주요 지표가 되는 지수들을 산출하는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에서는 런던 증권거래소, 홍콩 증권거래소와도 경쟁해야 했다. 워싱턴 정가 사람들과도 친해야 했다. 증권거래 위원회의 규제 때문이었다. 나스닥에 변해야 하는 길목에 항상 그들과 만나게 된다. 아주 많은 이해관계인들이 자신만의 입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원칙은 하나의 역사적 교훈이 된다.

발전의 당위성은 시장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도태 압력에 의해서 실현된다(308페이지). 기업들이 성장할 기반을 제공하고, 주식투자자들은 만족도를 유지하여 다른 거래소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래 플랫폼이 아주 중요하다. 그 당시에는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인간 중개인을 통해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전자 주식 거래 시스템 관한 전자거래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혁신의 과심 한가운데에 있었다. 기계의 결함으로 투자자의 주식 거래 계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엄청난 손실을 볼 수가 있고 거래소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실추된다. 2012년 5월의 페이스북 기업공개 날에 문제가 터졌다. 그 여파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나이다. 월스트리트 시스템의 거미줄 망을 타고 거래 황동에 영향을 준다. 2년 후에 알리바바를 유치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은행과 상장 주간사들의 압박으로 따내지 못했다. 시대 변화의 핵심은 돌고 돌아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이 되고 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 세상에서조차 완벽해야만 했다(298페이지). 주변부 아웃사이더에서 시작된 전자 거래의 혁명은 변화와 괴리되어 있던 인사이더 클럽에 치명타를 주기에 충분했다. 한 시대의 종언은 작은 동네의 차고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전설이라고 하기에는 변화의 패러다임이 되다.
변화는 위기의 순간과 시장의 압력이 커지는 시기를 위해 미뤄 두어서는 안 된다(309페이지). 자신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와 동행이 되어야 한다. 실패하고 있든 성공하고 있든, 특히 위기의 상황에서는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옮아가는 변화를 예견하고 미리미리 앞을 바라보며 다음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볼 수 있다(344페이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습된 지식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되는 산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산지식은 인생의 추세선을 추정해서 굴곡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물러날 때를 알고서 변화의 시점과 변해야 하는 모습으로 사회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과감히 재설정하는 것은 인생의 다음 모퉁이를 알고, 그 모퉁이에서 할 일을 미리 준비하되, 이전의 경험을 해석하던 렌즈로 현재의 변화를 해석하려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위기는 위기를 낳으며 앞으로 가는 상황에서 보수적 권위와 혁신적인 정신, 무용수의 우아함과 군인의 절도(302페이지)라는 중용을 겸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회비용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남아 있다고 가정하는 날짜 수가 줄어듦에 따라 로그함수처럼 증가한다는 것입니다(349페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남겨진 시간이 산술급수적으로 줄어듦에 따라서 남겨진 시간의 소중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지금이 순간의 가치는 방금 전의 가치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오늘의 생각은 내일의 행동에 있어서 특이점이 됨에 부족함이 없다. 요즘의 코로나19의 팬데믹은 다른 위기처럼 곧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변혁은 오히려 더 빠르게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활동에 있어서 제약은 약간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의 생활문화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반강제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지만, 생각의 공간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미래 언젠가 오늘을 되돌아 보면서, ‘4차 산업혁명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난 2020년에 생존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