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와 엄마가 있다. 여느 모자처럼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놀고,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는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상상 놀이를 하고, 반찬 투정도 한다. 지극히 평범한 모자의 일상으로 이 책은 시작되지만, 아이는 옷장으로 자러 들어간다. 무언가를 사러 나가지 않고, 일요일의 선물로 적어보자고 이야기를 한다. 해맑은 소년 잭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열아홉.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싱그럽고 예쁜 나이. 마냥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기의 한 소녀가 납치를 당해 Room 이라 불리는 헛간.. 작은 방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7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곳에서 낳은 아이 잭은 다섯 살이 되었다. 7년이라 해도 스물 여섯. 여전히 한없이 부러운 그 나이에 그녀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고 참으며 현실에 적응했고,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애썼고, 아이를 위해 탈출까지 계획하게 된다.


아이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엄마에 대한 폭력의 흔적들, 아이에게 그것을 숨기고자 하는 엄마의 노력이 서글펐고, 안쓰러웠다. 방에서만 자라왔기에 익숙해졌고,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달래고 야단쳐가면서 나가고자하는 엄마의 모습도 속상했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실화라는 것. 그것도 납치가 아닌 친 딸을 24년간 감금했다는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라니 더 참담할 뿐이다.


다섯 살난 어린아이, 잭의 세상은 엄마 뿐이다. 엄마와 함께 있으려 하고, 엄마의 젖을 먹으며 안심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탈출한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참으로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 엄마의 인터뷰를 읽으며 무참한 질문을 너무나도 쉽게 내뱉는 여자를 향해 나도 엄마와 함께 분노를 하기도 했다.


부디 이들이 잘 살아가길. 세상의 험한 시선과 편견을 잘 이겨내길..

이런 일들이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이 책의 표지가 참 예뻤지만, 서로를 향하는 모자의 시선이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졌지만, 차마 영화로는 볼 엄두가 안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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