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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와 코맥 매카시의 계보를 잇는, 미국 현대문학의 젊은 거장 데이비드 밴.
<자살의 전설> 이라는 전작으로 유명해졌고, <고트 마운틴> 에서 역시 전작처럼 삶의 근원으로서의 죽음, 실존에 대한 문제인식과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을 담아내고 있다, 라고 평가받고 있다.
요즘들어 추리소설만 열심히 읽었던 까닭일까, 읽는 내내 조금 당황스러웠고 의식의 흐름에 따르는 듯한 저자의 서술을 따라잡기가 조금 버겁기까지 했다. 마지막 페이지의 역자의 말에서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라는 말에 빵 터지면서도 다시 한번 읽어야겠어, 라는 생각을 하는 것 역시 그러한 까닭에서일 것이다.
사냥을 위해 떠난 야생의 세계. 열한살 소년은 문명을 떠난 고트 마운틴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에 맞딱뜨리게 된다.
사슴 사냥을 위한 데뷔전을 떠난 소년은 처음으로 허가받은 총으로 사냥 첫 날 사슴이 아닌 밀렵꾼을 향해 총을 쏘았고,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명중을 시켜버렸다. 그리고 그 후 처리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톰 아저씨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이야기와 나무에 걸린 시체, 그리고 조금은 태연해보이는 소년.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야기와 고통에 울부짖는 사슴을 죽이는 소년.
열한살 소년이 행하는 사슴 해체 이야기까지.
왠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저자의 서술 방식이었지만 책을 덮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그런 책이었다.
톰 아저씨는 소년에게 자수를 권한다. 아버지는 시체를 함께 묻자 이야기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나를 죽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나는...?
사슴 시체와 함께 홀로 버려진 소년이 시체를 끌고 캠프로 돌아가는 멀고 먼 길.
사슴의 머리와 함께 달린 시체.
종종 등장하는 예수의 고난과 카인과 아벨.
이 책에는 철학과 종교 이야기들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죽이고 있다. 이 세상에 온 것은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라는 말처럼 그 무엇도 죽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죽이고 살아가는 일의 합법과 불법, 그리고 그 뒷처리가 다를 뿐인 것일 듯.
태연을 가장한 어른들의 일 처리는 어른스럽지 않았고, 일을 파국으로 몰아가 마지막 결론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소년은 그 후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 톰 아저씨의 얼굴을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묵직하면서도 진지한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며 읽은, 무거운 책이었나보다.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못한 무언가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