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완전 부부 범죄>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게다가 띠지에 적힌 '당신, 제발 좀 죽어주지 않을래?' 라는 말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맞아 보이는 책이었고, 그래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고, 추리하면서,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좋았다.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책!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황세연 작가님의 이 책은 우리나라 추리소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와 짐작하지 못했던 '이진영'의 정체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 내가 짐작할 수 있는 트릭은 아쉬웠지만, 절묘하게 지어진 <인생의 무게>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들기도 했다. 피해자가 아닌 서로 가해자를 자처하는 가정 폭력 피해자인 가족의 모습은 안쓰러웠고, 사회적 체면 때문에 참고 살면서 진정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의 모습은 우습기도 했다. 추리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금은방 강도의 장물을 숨겨둔 곳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반갑기도 했고, 불륜을 저지른 형사의 이야기는 새로우면서도 슬펐다. 마지막 개티즌 이야기는 정말 요즈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이야기. 부부의 이야기라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읽다 보면 두 사람의 상황과 마음이 모두 이해되고 공감이 가는 나이가 된 나는 그런 현실적인 면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워낙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 추리와 맞춰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내가 죽인 남자>에서는 내 추리가 틀렸다. 그러고 보니 난 이 제목을 제대로 보지 않고 페이지를 넘긴 것 같다. 제목을 보았다면 조금 달리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난 얼굴을 가린 그 사람을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추리가 맞았다면, 죽은 피해자가 조금 덜 가엾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 그러면서도 여운이 남는 현실적인 책이라 참 좋았다.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아보아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