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로봇이 등장한다고 표지를 보자마자 책을 신나서 읽던 아이의 눈시울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약간 빨갛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도 읽어봐. 슬퍼.' 아이가 내게 책을 건넸다.
시골에 혼자 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 할머니의 말벗으로 들인 인공지능 로봇. 할머니 곁에서 따스한 친구가 되어준 수수는 쓰러진 할머니를 위해 구급차를 불러주기도 했다. 그런 수수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다빈이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로봇인데 할머니같이 말을 하고, 할머니 같은 행동을 하는 수수. 다빈이는 그런 수수를 내보내라고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다빈이의 아빠를 보면서 일찍 도시로 내보내주지 못한 미안함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울컥했다. 수수 농사를 짓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속였던 아빠의 이야기 역시 짠했고 아팠다. 뒤늦게나마 아빠와 할머니는 속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라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아빠와 온 가족의 수수 농사. 그리고 농기구를 빌리러 간 할머니의 창고에서 만나게 된 할머니의 마음. 변화해가는 다빈이 가족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인 내 시각에서는 조금 비현실적이기도 했지만 (나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따스한 가족들의 마음과 그리움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고인이 된 거북이의 남자 멤버의 모습을 되살려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여자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보면서 나 역시 예전에 보았던 그들의 즐거웠던 공연 모습을 떠올리면서 울컥했었다. 아마 곧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들도 상용화될 것이다. 그리고 더 지나면, 어쩌면 이런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로봇으로라도 떠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윤리적인 문제가 또 생길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생각은 이 정도로만 하고, <할머니 로봇>은 가족의 소중함과 서로에 대한 애틋함, 마음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 읽는다면 좀 더 울컥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