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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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불행이 시작된 원인은 세인트보니페이스 병원에서였다. 명백한 의료사고였으며, 사소한 사고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 일인데도 병원측은 변명만 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 론과 재닛은 캐나다에서도 대형병원에 속하는 세인트보니페이스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자신의 아들에게 닥치리라곤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험부족이었고, 쌍둥이인 브루스와 브라이언 형제가 끝 표피때문에 소변보기 어려워 포경수술을 하기로 한 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무작위로 수술대에 오른 브루스만이 운 나쁘게도 그날 경험많은 소아과 의사 대신 일반의였던 잔머리 하웃 박사에게 맡겨졌고, 경험이 부족했던 의사의 실수로 인해 브루스의 성기는 화상을 입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자 자연 포경된 브라이언을 생각해보면 정말 억세게 운이 나빴다고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태어난 것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되자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당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지금은 고도로 발달된 의학기술로 성전환 수술에 대한 사례들이 많은데 1960년대의 의학기술로써는 론과 재닛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나도 적었다.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으로 하리수를 떠올릴 수 있는데 그건 여성호르몬이 많고 본인이 정서적으로 여성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을 한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는 이와 다르다. 본인은 남자라도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기능적으로 여자가 되었고,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성별이 바뀌는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훈련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남자로서의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러운 브루스와 겉으로 보기엔 여자인 브렌다는 전혀 어울릴 수가 없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그렇다보니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브렌드는 그들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늘 주변에 머물며 스스로 외톨이가 된 채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이를 지켜본 부모는 브렌다에게 여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브렌다에서 다시 브루스로 성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성 정체성은 본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학습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잘못된 확신이 한 사람을 얼마나 불행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어주는 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존 머니라는 성 전문가가 등장하는데 이들 가족들에게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가한다. 지금도 입증되지 않은 연구들을 강요하지 않을까? 한 아이의 인생이 달려있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내세운 이론을 성공적으로 입증만 시키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불행을 낳고 이상한 나라에 빠진 브렌다를 더욱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제라도 용기있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을 털어놓음으로써 현대 과학가장 가장 유명한 스캔들이 전모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 사례처럼 독단에 의한 결정을 밀어부치는 전문가 또는 전문가 집단의 아집과 권위로 인해 희생양이 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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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사관 -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만권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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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려고 한다. 땅은 해방이 되었어도 정신은 여전히 해방되지 못했다는 저자의 말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일제강제기를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선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나온 부분들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나라 안팍으로 뒤틀린 역사인식에 아직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아마 사회적으로도 크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인데 당시 문 총리 후보가 과거에 온누리교회 설교 중 했던 발언은 내 귀를 의심케했다. 바로 일본 우경화세력인 제특회의 주장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친일파가 반민특위를 통해 숙청되지 못하고 이념 이데올로기와 서북청년단 등으로 오히려 독립운동에 온 몸을 바친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리고 제대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가 오늘날의 모습을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되었다. 엄연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이 정치적이고 이념의 논리로 역사 교과서를 왜곡한 뉴라이트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아직 해방되지 못한 역사라는 부제가 명백하게 각인되었다. 나라는 해방된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그 당시의 기억을 희석시켜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하는 존재들로 인해 아직 정신은 해방되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일본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다거나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억지도 낯설지 않음은 우리 중에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에는 조선사편수회에서 파생된 역사왜곡과 언어파괴가 얼마나 깊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국어와 국사 중에도 식민사관에 얽힌 부분이 있어서 흠칫했다. 어쩌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과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시험에도 나오는 최초의 신소설이라 알려진 "혈의 누"는 친일파인 이인직이 쓴 책이다. 피눈물이 아닌 일본식 조어를 쓴 것과 그 안에 든 내용을 잘 따져보면 교과서에서 지워야할 부분인데도 우린 시험에서 한 문제를 맞추기 위해 달달 외웠다. 


우리 사회의 주요 요직 또는 고위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일제 역사관을 그대로 계승받아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자랄 아이들이 역사를 잘못 배우고 있는 걸 걱정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 배우는 교육이 중요하다.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조국에 관해서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교묘한 조작으로 3.1 운동이 폭동으로 전환되어선 안되고 식민사관에 갇혀 역사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 특히 실증사학(식민사학)의 허구를 지적하는 부분은 명쾌하고 논리적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과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서 몰입하며 읽기 좋을 책이다. 역사와 관심이 많거나 평소에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읽을 책이다. 이젠 사회 곳곳에 박힌 식민사관을 가진 자들이 넘쳐난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뿌리깊게 자란 식민사관을 뿌리 뽑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무능하고 무지했는지 한탄하게 된다. 주변 국가들의 역사왜곡이 노골적으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참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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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유럽편 ㅣ 한 달에 한 도시 1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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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들의 꿈이자 로망은 무엇일까? 아마 장기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얽매여서 이런 류의 여행책을 보며 대리만족할 뿐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럽기도 했다.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않기에 지구촌 곳곳을 둘러보면서 잠시라도 밟아봤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보기도 한다. 백종민, 김은덕 두 젊은 부부는 결혼한 지 한 달만에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통장을 정리했으며 전셋집을 모두 빼서 2년간의 여행비용에 쓰기로 했다. 그들이 여행을 갔다오면 당장 잠잘 곳이 없음에도 이들은 과감하게 일사천리로 계획을 착착 진행해나간다. 그보다 이들의 결혼스토리에 더 주목하게 되었는데 쓸데없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 번 보고난 뒤 쓰레기통에 버려질 청첩장을 돌리기 보단 청첩북을 만들고 웨딩사진은 지인들의 카메라로 대체한다. 예식장에서 비싼 대여료로 웨딩복을 입기 보다는 인도 레스토랑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혼례와 식사를 해결하고 비싼 드레스와 턱시도는 건너뛰었다. 요즘처럼 웨딩패키지로 비싸게 결혼식을 올리기 보다는 실속을 차리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라 첫 시작부터 이들 부부는 남달랐다.


2년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달은 도쿄로 부모를 모시면서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여행 중에는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이들 부부는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나갈 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이들이 한 달을 머문 도시에서 보고 느낀 걸 서로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도쿄, 쿠알라룸루프, 싱가포르, 이스탄불, 피렌체, 바카르, 파리, 에든버러, 런던, 더블린, 세비야, 바르셀로나를 한 달에 한 도시만 머문다는 조건으로 떠났는데 여행가이드나 전문가들이 검증하여 알려준 것이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에피소드와 함께 얘기를 해주니 아주 편안한 느낌으로 읽는 맛이 느껴졌다. 서로의 성격도 알 수 있었고 이들이 알려주는 정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에어비앤비가 아니었으면 장기간 머물면서 숙식을 해결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보다 저렴하고 실제 가정집에 머물기 때문에 무엇보다 현지 사람들의 실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바디랭귀지와 느낌으로 알아내면 되니까!라고는 해도 중국어 능력이 있는 백종민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인인 깜제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다.


140만명이 열광한 다음 스토리볼 최고의 여행기라는 띠지의 문구가 절로 수긍되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다른 여행관련 책들에서 들을 수 없는 정보와 얘기들이 살아숨쉬고 있었고 이들 부부와 함께 으싸으싸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여행의 꿀맛을 맛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어느새인가 이들을 응원하게 되었고, 나도 시간만 되면 아무 생각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일을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몇 달을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싶다. 무려 487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꽤 알차다. 처음 책을 써본 사람이 맞나 싶게 맛깔나고 재미나게 글을 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여행의 조건을 마음껏 누리고 온 이들은 비록 당장 생활할 터전을 버리고 떠났지만 돌아왔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꿈과 삶의 활력을 가득 안고 왔을 듯 싶다. 이 책을 통해 에어비앤비라는 방법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도시를 떠난 이들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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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
오상진 지음 / 다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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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을텐데 이 책에 나와있는 수많은 사례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 기발하고 독창적인 발상의 반대편에 선 나는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음을 자인하게 되었고, 유교문화에 젖어 터부시 되어 온 금기를 넘어설 때만 다른 시각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낼 수 있음도 깨닫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자아검열과 체면, 눈치에 얽매여서 누가 들어도 엉뚱하고 바보같은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길 주저하던 게 바로 우리들의 아이디어 회의의 모습이다. 누가 들어도 그럴 듯해 보이고 정상적인 것만을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짖눌려 새로움이 아닌 모방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었다. 작년부터 온통 창의력, 창조라는 낱말이 실체없는 유행처럼 사회 곳곳에 번져나간다. 아무리 선언하듯 이론적으로 설파해봤자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환경조성과 제약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허언에 불과한 이상향일 뿐이다.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만 진공의 공간 속에서 수사적인 표현만 했을 뿐 아직도 창의력을 발휘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 오브 박스>는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이들의 기발한 생각은 우선 재밌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상황을 유도해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 나와있는 아이디어를 도입한다면 좋을 아이템이 참 많다. 거리에는 수많은 쓰레기들이 아무렇게 않게 버려져 뒹굴고 있는데 누가봐도 볼썽사납고 지저분하다. 근데 쓰레기통에 버리면 아주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효과음에 한 폭스바겐의 펀 이론은 2010년 칸 광고제 사이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사람에게 재미요소를 주게 되면 자발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강제적인 문구보다는 센서를 붙인 피아노 계단을 만들었더니 소리에 재미들린 사람들은 리듬에 맞게 계단을 애용하게 되었고, 심지어 이 곳은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예가 있는데 홈플러스가 지하철 역사에 '버추얼 스토어'를 설치하였는데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결제 및 배송이 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시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라서 그 당시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바로 '테크센싱'이 고도로 발전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준 것이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IDEA이라는 이니셜에 따라 챕터 1인 Insight 시간을 변화시켜라, 챕터 2는 Different Thinking 생각을 변화시켜라, 챕터 3은 Experience 공간을 변화시켜라, 챕터 4는 Action 미래를 변화시켜라인데 고정관념이라는 박스에서 벗어나 생각해볼만한 사례들로 가득한 책이며, 아이디어 고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직장인이나 일반인, 학생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내 머릿속의 생각이 유연해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아웃 오브 박스>는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키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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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상처를 남긴 이유
김윤영.정환봉 지음 / 북콤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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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했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제도라는데 현실에서는 이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정책들이 까다롭다. 그래서 정작 제도권 안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보다는 누가봐도 하루하루 살기 어려운 사람들인데도 여러가지 조건에 걸려 탈락된 사람들이 많다. 법따로 현실따로인 제도때문에 가난한 서민들은 여전히 어려움 안에 처해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신세지길 싫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했다고 하는데 너무 막막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지원해줄 수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 12년전 남편이 방광암에 걸려 오랜 투병생활동안 진 빚이 가장 컸다. 이를 갚기 위해 온 가족이 노력했지만 해결할 수 없었고, 아내는 음식점에 나가 번 돈이 150만원이었는데 36살인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33살인 작은 딸은 신용불량자가 된 채 아르바이트만 하는 형편이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빚을 지다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작은 딸은 일정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해야 했다. 이들의 비극이 가난한 어느 가정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누구라도 상황이 안 좋게되면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은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과 한계레신문의 정환봉 기자가 공동으로 썼는데 2014년 2월 26일에 벌어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취재하면서 밝혀낸 사실들로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의 헛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정말 걸음마 수준이다. 낙수효과는 전혀 일어나지 않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 서민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래전에 여의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본 광경인데 새파란 공익요원이 강압적인 말투로 할머니에게 당장 여기있는 물건들 치우라고 행세를 하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법이나 제도는 없는 서민들일수록 가혹한 법이다. 현행 법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매우 까다로워서 오히려 지원의 폭을 줄이고 차단하고 있다. 노점상 철거현장을 지켜보면 이들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나온 서민들인데 어디로 취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기가 막막할텐데 현실은 가혹하며 그 결과는 혹독하게 등 뒤를 때린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법을 세운 취지에 맞게 실현되려면 현실과 맞지 않은 까다로운 수급조건을 완화시키고 진정으로 이들이 자립해서 빈곤층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와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절망의 낭떠러지까지 떨어진 이들에게 희망마저 빼앗버리는 현실때문이 아닐까?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한가닥의 희망을 잘라버리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기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역이나 종로5가에 가보면 노숙인들이 참 많다. 없는 사람에겐 있는 것마저 빼앗는데 갈 곳 없는 이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예전보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고는 하지만 주거와 빈곤의 문제는 여전히 복지라는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를 취업과 연계시켜서 이들이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복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세워나갈 때 가능하리라 본다. 보편적인 복지는 사회 공동체가 고루 누릴 수 있는 평등함 속에서 돌아가야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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