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6/pimg_7221411571597235.jpg)
한국사에는 아직 풀지 못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있다. 그 굵직한 사건들을 한 작가는 줄곧 취재해가며 연이어 책으로 출간했다. 20년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박정희 시대에 핵폭탄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세상에 알렸고 곧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물론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올라 <1026>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작가 인생 내내 끈질기게 파헤친 노력의 흔적들이다. 만화 형식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지만 파일명을 붙인 사건 하나마다 가진 질량의 무게는 매우 크다. 지금도 누군가 알면 안되는 사실인 것처럼 진실을 감추고 그 역사적 사건을 왜곡한다. 김진명 작가는 역사적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소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큰 사건들을 만날 수 있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6/pimg_7221411571597236.jpg)
한국의 한(韓)은 어디서 왔을까에 대한 추적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한나라 한이라는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온 것을 상식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작가는 오랜 노력 끝에 뜻밖의 서적에서 韓이라는 글자를 찾아냈고, <시경> <한혁편>에서 한후(韓侯)라는 인물이 주나라 선왕때 주나라를 방문했던 고조선의 준왕이라는 걸 밝혀낸다. 주나라 선왕은 기원전 827~782까지 재위한 임금이다. 세계 100대 명저로 꼽히는 <잠부론> <씨성편>에서 '<시경>에 나오는 한후는 한후의 자손은 위만에게 망해서 바다를 건너갔다'고 언급한 걸로 보면 고조선의 과거 국호가 한(韓)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그 한이라는 글자가 어디서 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우리가 대명사상에 빠져 역사를 축소해서 낮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6/pimg_7221411571597237.jpg)
임나일본부 조작의 증거인 광개토태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는 더 흥미롭다. 광개토태왕비는 신묘년 기사 부분에 '이왜이신묘년래도해파백잔OOO라이위신민'이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문제는 백잔OO신라에서 마지막 근자로 미뤄 신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데 중요한 글자가 없다. <일본서기> 7세기경에 나온 책으로 그 책에는 과거 일본이 '임나'라는 나라를 지배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억지주장에 반박하지 못하고 석회도말론에 휘둘렸는데 석회가 물에 잘 녹는 성질로 보면 그것도 엉터리였던 셈이다. 그러다 왕건군의 마이크로필름에서 광개토태왕비 저본에 사라진 글자에서 동(東)이라는 글자를 발견한다. 초균덕이라는 사람이 비에 말똥을 발라 태워서 탁본을 뜨기 전 글자를 모두 옮겨 적어둔 덕분에 우리는 진실을 만날 수 있었다. '백잔동O신라'는 즉, 백제가 동으로 신라를 쳐서 신민으로 삼았다라는 말이 된다. <몽유도원>이라는 책에 사라진 동(東)의 존재를 알렸고, 결국 일본 교과서에서 폐기되기에 이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6/pimg_7221411571597238.jpg)
명성황후 사건은 <황태자비 납치사건>에서 그 비밀을 밝혀냈는데 우리가 몰랐던 명성황후 시해는 묘사하기 괴로울만큼 끔찍했다. 일본 사학자인 야마로 겐타로가 쓴 <일한병합소사>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1895년 10월 7일 밤부터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걸쳐서, 대원군이 훈련대에게 호위되어 있는 동안 일본 수비대와 대륙 낭인의 무리가 칼을 빼들고 경복궁으로 밀고 들어가서 민비를 참살하고, 그 시체를 능욕한 뒤에 석유를 뿌려 불을 질러버린 것이다." 일본 지인을 통해 얻은 <에조보고서>에는 더욱 구체적인 사실이 적혀있었다. "낭인들은 깊이 안으로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 칼로 두세 군데 상처를 입히고 발가벗겨 국부검사를 했습니다. 우스우면서 분노가 치밉니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했는데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하여 차마 쓸 수가 없습니다. 궁내대신 또한 몹시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고 위안부 관련해서 망언을 퍼붓는 일본을 보면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6/pimg_7221411571597239.jpg)
박정희 죽음에 얽힌 김재규와 CIA의 관계는 한국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있고 김재규의 배후에 그런 존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김정은을 통해 북한 권력구조를 분석하고 이성계와 함흥차사에 숨겨진 사연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글자전쟁>에서 한자의 기원을 파헤쳤는데 우리가 춘추사관에 발목이 잡혀 고대사, 고구려사를 기록한 책이 없는 건 통탄할만한 일이다. 이문진이 편집한 역사서 <신집>과 <유기> 100권도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다. 고려왕조실록이나 조선왕조실록은 오랜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책으로 인정할만한 하지만 정작 중요한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는 고대사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일본지배와 식민사관, 조선사편수회, 군사독재를 거쳐오면서 우리 역사는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왜곡되었다. 이 사회의 역사의식의 부재를 진정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며 이성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가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김진명 작가 덕분에 역사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읽기는 쉽고 한 시간이면 족히 다 볼 수 있는 양이지만 그 전하는 내용의 깊이는 매우 큰 책이었다. 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관련된 김진명 작가의 책도 함께 읽어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