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견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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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잘 지었다. <마음의 발견>. 느즈막한 오후에 휑하니 놓인 거리를 바라보며 어린 감성에 젖을 것만 같은 그런 글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꼭지마다 고전에서 따온 인용문들이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문장이라도 본말이 전도되듯 인용문이 많다보면 작가만의 생각을 독자들이 읽기 어렵다. 그러다보면 내 마음을 둘 곳이 없어져 버린다. 우리는 일상에 지친 시간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기 위해 이런 류의 책을 읽게 되는데 개인적인 감정의 조각들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그 누가 상처받고 억눌린 상처에 아파하는 고독한 내 영혼을 다독여줄 수 있는가? 차라리 좋은 글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어울리지 않을까? 내 마음을 그 누가 잘 알 수 있나? 냉정하게 내 마음을 잡아줄 사람도 바로 나 자신이다. 그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읽었다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우리들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고 또 감정선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고 사사로운 감정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정도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작은 일에도 내가 주인공이 되면 크게 흔들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해준 서투른 충고도 그래서 쉽지 않은 것이다. 나 조차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데 왜 그러냐고 되물을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보였지만 막상 뭔가 나누고 싶을 때는 소외된 것처럼 외따로 멀어질 때는 허무함을 느낄 때가 왕왕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치유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읽을 때마다 맥이 자꾸 끊겨 버렸다. 작가의 생각인 줄 알고 읽었지만 어느 작가의 책에서 따온 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을 떠돌며 겪은 일들이 무수히 많을텐데 그 경험은 왜 이 책에 녹아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독자들은 어떤 마음을 찾아 책을 읽어야 할까?


우리는 항상 관계에서 오는 마음으로 인해 아파한다.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마음을 차지해버린다는 건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로 인해 상처받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 마음을 위로 받고 싶다면 그냥 복잡한 생각을 접어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하루종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푹 쉬어 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 마음을 비워낼 때 다른 마음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진정성있는 글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에게 필요로로 했던 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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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 연애에 지치고 사람이 힘든 이들의 연애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연애심리책
최미정 지음 / 대림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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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는 싱글족, 독거인, 혼밥족으로 지칭되는 솔로들이 많다. 표지 속 저자의 이 말이 그래서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아직도 솔로 생활중입니다." 그렇다. 어쩌다 보니 나이를 먹게 되었고, 솔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바쁘고 열심히 살아왔고 엇나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길가다가 예쁜 여자를 보면 눈길이 가게 되고 작은 스킨십을 스치기만 해도 몸이 반응하는 걸 보면 정신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건강한 남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연애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지만 창경궁 야간 특별관람에 갈 때는 말 그대로 커플 지옥이었다. 다들 연인 아니면 친구, 가족과 같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혼자 로맨틱한 불빛 아래로 걸어가는 것이 그리 어색할 줄은 몰랐다.


어지간히도 익숙해졌고 왠만한 곳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영화와 여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나보다. 이 책을 쓴 저자도 자신이 솔로가 된 뒤로 벌어진 일상의 이야기들과 여자가 바라보는 연예담, 남녀 간의 차이를 실감나고 공감가는 이야기들로 썼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보다는 섬세하게 잡아내는 여자에게 유일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일들도 여자가 보는 관점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이 많은 솔로녀가 직장에서 받는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솔로라는 사실만으로도 편견이 생겨 그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는데 그렇다고 억지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최소 2년간 연애를 하다가 결혼한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다고 하던데. 그건 서로를 알아갈 시간들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억지로 애쓰고 싶지는 않다. 일단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준비가 되었다면 언젠가 서로가 맞춰갈 수 있는 심지가 확실한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연애는 복잡하기도 하고 또 결혼한 뒤에 자신도 모르게 족쇄가 되는 상황을 보면 무엇이 더 행복한 지 헷갈리기도 한다. 혼자 보다는 둘이 행복하고 의지할 요소들이 많은데 왜 그럴까? 아직도 이 책을 읽은 뒤에 무엇하나 정리된 건 없는 것 같다. 공식처럼 개별적으로 들어 맞는 것을 찾기 보다는 상대방의 라이프 스타일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한 때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좋은 사람을 만나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 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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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제적인 하루 - 잘못된 선택 때문에 매일 후회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박정호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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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을 보다가 재미있는 신조어를 본 적이 있다. '멍청비용'과 '홧김비용'이라는건데 직장인이라면 출근 시간에 지각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동거리 긴 직장인들은 조금 늦게 집을 나설 때 평소 쓰는 교통비에 몇 배나 드는 택시를 잡아 타는 경우다. 홧김비용은 직장생활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 야식으로 지출하는 경우다. 이렇게 낭비되는 비용만 잡아도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효율성과 형평성에 맞게 계획적으로 지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가 집 근처라 교통비가 적게 들고 점심은 도시락을 챙겨간다. 평일에는 점심에 사 먹는 음료 정도가 지출의 전부다. 간혹 주말에 조조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해도 과도한 지출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행을 갈 때도 찜질방을 이용하는 이유는 숙소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우나를 겸할 수 있어서 잠자리가 불편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용면에서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비를 해야할 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만일 절제하지 못하고 과도한 지출을 한다면 내 소비습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제학은 경제 분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법, 문화, 스포츠 등 전반에 걸쳐 관련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알뜰한 소비를 하면서 똑똑한 경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꾸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또한 잠깐 정리 코너, 잠깐 상식으로 핵심적인 부분만 요약하기 때문에 방금 읽은 내용을 복기할 수 있다. 현실에서 써먹지 못했던 10가지 경제 원리를 쉽고 명확하게 소개한다는 말 그대로 복잡한 경제 원리를 일반 독자들이 대중적으로 읽기 쉽게 쓰여진 책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선택의 기로에서 보이지 않는 경제적인 원리 속에서 살아간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관점이 아닌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경제에 대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무심코 했던 경제 행위가 그들에게 얼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지를 알고 보면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주체이자 소비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서로에게 얽히고 설켜 있다. 그래도 책 제목처럼 경제적인 하루를 보내기 위해 시간을 잘 지켜 '멍청비용'이 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홧김비용'으로 돈이 낭비되지 않게 쓴다면 후회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경제에 대한 시각을 넓혀 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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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
김영택 글.그림 / 책만드는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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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흑백 사진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섬세하게 펜화로 그려낸 그 정성과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펜화로 그려놓은데다 문화재에 얽힌 역사까지 작가 나름의 답사로 풀어놓으니 제법 읽을 맛이 난다. 어찌보면 문화재 답사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태껏 시간에 쫓겨 깊게 들여보지 못하고 겉핥기만 하며 지나치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자는 경상북도, 전라도,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경남, 강원, 충청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부단히 그려냈는데 지난 94년 펜화가로 전환한 후로부터 작가말로는 억수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원래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던 상업적 디자이너로 굵직하고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며 한국 유일의 '디자인 앰배서더' 칭호를 받았던 저자는 우연히 프랑스 파리에서 펜화를 만나며 운명이 바뀌게 된다.


근데 문제는 펜화에 몰두하면서 소득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가족 간의 불화가 끊이질 않았다. 돈이 크게 들지 않는 펜화로 부단히 독학하며 그리다 개인전도 열며 어느새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발되기도 하며 현재는 세종대 겸임교수 겸 한국펜화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펜화만으로도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고 외진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답사하면서 그린 작품들을 보며 글을 읽으니 더욱 우리 문화유산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예전 신문만 해도 펜화로 그린 그림들이 곧잘 실리고는 했었다. 정교하지는 않아도 제법 잘 그린 그림이었다. 덧붙이는 글에 보면 김영택 화법이란 꼭지에서 저자는 사라져가는 기록펜화를 한국에 재탄생시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펜화로 그리면 사진에서는 잡아낼 수 없는 원근법과 인간의 시각으로 다른 것을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펜화는 서양화에 근간을 둔 것으로 중요한 것은 크게 기억하고 주변부는 흐릿하게 보이는 특성을 나름의 화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저자의 펜화가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는 뒷장의 대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0.03mm의 펜촉으로 작품을 완성하는데 50만법 내지 많게는 80만법을 그려야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즉, 하나의 선을 그리는 작업을 그만큼 해내야 한다고 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며 아직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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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 개정증보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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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어린왕자에 이어 이정서 씨의 세번째 번역서인 <위대한 개츠비>가 나왔다. 이번에도 꽤 많은 분량의 역자노트가 실려있고 67군데에서 오역을 지적해냈다. 독자 입장에서 원문에 충실한 번역서가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무삭제 완역본 혹은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들도 많다. 서점가에는 하나의 고전 작품에 여러 출판사의 번역가를 거쳐 나온 책들이 넘쳐난다. 즉, 어느 번역가가 손을 댔느냐에 따라 작품을 읽는 느낌이 다르다. 같은 작품이지만 해석의 여지가 다를 수 있으며, 문체와 가독성에도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독자들은 선호하는 출판사 혹은 번역가의 책을 고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원문이 가진 문장을 그 뜻대로 해석을 했다면 이런 혼선도 없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나 인정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우는 작품이다. 몇 년전 영화로도 나온만큼 이미 대중들에게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만큼 유명한 작품인데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판사에 나온 책을 읽어봤다면 그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텐데 역자노트에서나마 김욱동 역자와 김영하 역자가 쓴 것을 대조하며 보니 분명 놓치고 있는 부분도 발견되고 문체부터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중 나온 번역서만도 60여종에 이를만큼 선택의 폭이 넓지만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믿고 읽을만한 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원본과 대조하며 이정서 씨가 전체를 다시 번역하면서 훨씬 원문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한 듯 싶다. 



항상 번역의 과정은 제2의 창작이라며 출판계에 뜨거운 논쟁거리를 낳고는 한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역을 되짚고 독자들에게 그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고 번역을 할 때 어떤 뉘앙스로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보기 위해 그녀가 사는 근처로 집을 옮긴 개츠비, 개츠비는 속물에 백치미를 갖고 있는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데이지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한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 사랑에 눈이 먼 로맨스 소설일까? 데이지가 스스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밤 파티를 여는데 이 정도로 순정남이 있을까? 어떤 배경도 없이 가난했던 개츠비가 부유한 사업가의 선택을 받아 '제이 개츠비'로 개명하고 부를 등에 입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데 그의 곁에 톰 뷰캐넌은 의심을 쭉 해온 인물이다. 조던, 닉, 윌슨 부인, 베이커, 머틀, 캐러웨이 등 등장인물들을 통해 서로 얽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역자노트는 오역에 대해 지적하는 것 외에도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을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 또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우리가 놓치고 읽은 것들은 무엇인지 또 다른 고전 작품들이 원본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어 나온다면 독자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듯 싶다. 역시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전 작품을 읽는 묘미가 다르다는 걸 재확인하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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