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바디
김휘 지음 / 새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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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를 그린 소설은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을 얼마나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해의 폭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SF 영화나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설정들이 눈에 띈다. 근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다를지 아니면 큰 차이가 없을지 상상할 때 시간은 걸릴 지 모르지만 생명공학과 과학기술이 발전해나가는만큼 일상생활의 모습도 점차 변모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소설에 나오는 냉동인간도 시도하는 곳이 있지만 타임워프를 타듯 이전 모습 그대로일 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는 과학적 상상일 뿐이다. 바이오소프트 사의 전신인 바이오테크니컬랩에서 연구하던 것이 바로 냉동인간인데 강필원은 그 실험자들 중 하나였다. 그는 <냉동인간>을 소설가인 제갈영웅 대신 쓴 퓨어바디로 케이라는 별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은 총 6편으로 구성된 <냉동인간>을 열심히 읽으면서 퓨어바디의 진실에 더 다가서게 된다. 



다급하게 남긴 아버지의 메세지. 어느 날 아버지가 실종된 것을 직감하고 그 행방을 쫓기 위해 빈은 주변인물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애초에 비밀에 둘러쌓인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빈은 사실을 알아갈수록 점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실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많은 단서들이 초반에 나오고 중후반에 이를 조합하여 밝혀내는 구조인데 생각보다 큰 긴박감은 없었던 것 같다. 퓨어바디를 논할 때 핵심적인 사건이 구름도 침투사건인데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제갈영웅, 케이(강필원), 아르고스 등이다. 구름도 안에는 많은 퓨어바디들이 있었고 가이아수호연대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구름도 침투를 감행한 것이다. 탈출 과정 속에서 아르고스는 강필원과 정화진 사이에서 맺어진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고, 그 아이가 바로 빈이었던 것이다. 케이는 제갈영웅을 인질삼아 그 모든 일을 벌였는데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같은 이름이었던 것이다. 빈은 강필원의 노트와 아버지를 칼로 위협하려고 한 제갈영웅을 찾아가 진실을 찾고, 유시모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마성표를 찾아가 유시모와 그 카페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매 사건마다 나무 기자와 같은 동료인 박영식 기자에게 정보를 공유한다.



처음에 냉담한 관계였던 마리와의 사이에서 세살 때까지 맡겨졌다는 증거로 사진을 발견한 뒤 친한 친구로 바뀌는데 그녀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파피루스 할아버지로부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인공자궁플라자는 전 세계의 인구조절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 이형인의 네번째 아이는 강제로 잡아들여 구름도에 넘겨졌던 것이다. 아르고스가 바로 그 네번째 아이였고 구름도에서 안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도기식은 오래 전 유시모와 그 아내를 죽이고 넉달이 지나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유시모의 얼굴로 변신하여 마치 유시모인 것처럼 행세하였던 것이다. 퓨어바디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청정세포로 소개하고 있는데, 구름도에 있는 퓨어바디를 모두 해방시키면 인공자궁플라자에서 정상인 아기를 생산해낼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결국 퓨어바디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며 이들은 발에 바코드를 찍어 일련번호로 불리는 존재일 뿐이다. 이형인들로 가득찬 세상에 정상인을 닮은 퓨어바디가 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정상인이 있는 세계에서 퓨어바디는 과학기술의 희생양인 것일까?



사실 이형인에 대한 묘사를 보면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생각난다. 팔이 네 개가 달리고 눈이 세 개가 달린 존재를 보면 징그럽지 않았을까? 정상인, 이형인, 퓨어바디 등 세 분류의 인간이 뒤섞인 세상이 냉동인간에서 깨어난 본 미래라면 얼마나 끔찍할까? 인간의 눈 먼 욕망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다. 이형인은 환경오염이 자연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퓨어바디는 유전자 조작과 인공자궁플라자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인 것이다. 가이아수호연대는 나중에 도기식을 납치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후의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다. 박영식과 유시모(도기식)에 의해 살인누명을 쓴 빈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은 정상인으로 알고 인공자궁플라자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한 청년이 나중에 자신이 퓨어바디였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심정은 또 어땠을지. 인간의 존엄성은 그래서 함부로 손을 대면 안되는 것이다. 복제양 둘리나 유전자 변형식물로 큰 이슈를 끈 적이 있는데 만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창조적 질서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지 두렵다. 


소설은 대부분 설명하는 데 할애하느라 빈이 신변에 위협을 크게 받거나 긴박감에 있게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이 부족해보였다. 후반에 반전이 존재하지만 왜 그가 빈을 위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보인다. 정황상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중에 시도될 구름도 2차 침투사건이 성공하게 되면 가이아수호연대가 바라는 세상이 올 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결국 모든 사건의 원흉은 퓨처사의 우두머리 격인 도기식으로부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싶다. 빈의 아버지는 그 진실을 알릴려고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근 미래의 우리는 또 어떤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소설 속에 드러난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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