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한일 특별합본판으로 나온 이 책은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고 고민하면서 포스트모던 문명론을 연구하던 이어령 교수가 1989년 일본의 중앙공론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는지만 그간 한국어로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최근에 출간된 <가위바위보 문명론>과 같은 맥락이다. 바로 포스트모던 문화론인데 새로운 원고로 개정 집필했다고 한다. 한일간의 비슷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데 그 원류를 찾는 오랜 연구와 자료수집을 더해 이어령 교수만의 통찰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보자기 하나에도 동서양의 사상과 삶을 구분해낼 수 있으며, 각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문화를 비교해본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 보자기의 쓰임새를 보면 서양은 일정한 틀을 갖춘 후 사람이나 사물을 담는 방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보자기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사물도 보자기에 넣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각 모서리에 끈을 달아서 신축성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문화를 갖고 있다.


포스트모던 문화론은 동서양 간의 비슷하면서 다른 문화를 비교해보고 그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통찰력있게 문화를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이어령 교수의 책들이 그렇듯 문화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점이 좋았다. 일본에서는 보자기를 '후로사키'라 부르고 영어로는 '플랙시블'이라 발음한다. 저자도 이 둘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내고 용도 또한 비슷하게 쓰였을 것이라는 걸 짚어내고 있다. 보자기가 가진 기능은 바로 사물을 감싸는 포용력에 있다. 크기나 생김새에 구애받지 않고 보자기 안에 넣을 수 있고, 다 풀어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보자기가 가진 융통성이 문화에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역추적하는 과정들이 좋았다.


하나의 사물에도 그 안에 깃든 정신과 문화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아 생각을 변화시키는 지 알 수 있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도 전통을 따라 내려오는 보자기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보자기와 유사한 것이 바로 포장이다. 하지만 포장은 감쌀 대상의 크기와 부피에 따라 각각 다르게 포장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자기 하나에도 우리 문화와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었고 같은 동양권 속에서도 각각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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