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주의 선언 - 좋은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광훈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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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밥 벌어먹기 바쁜데 예술은 왠 말이냐는 말이 생각난다. 먹고 살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당장 생계를 꾸려가야 하기 때문에 예술은 언감생심일 뿐이었다. 가진 돈이 많아서 삶의 여유를 가진 자들이나 그 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고, 일반인들이 어디든 손쉽게 듣고 볼 수 있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으로 클래식을 듣고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는 따위의 말은 취미가 아닌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화가들이 그린 작품 세계를 이해할만큼의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기준으로 감상할 뿐이다. 단지 감상용이기 때문에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고 당연히 변화되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해보였다.


동피랑 마을부터 낙산공원까지 몇 군데서 시도된 공공미술은 이제 여러 마을이나 시장골목으로 전이될만큼 고상한 예술이라는 영역이 실제 생활터전에 개입하여 마을 분위기를 화사하게 변모시키고 마을 주민들에게 활력소가 된다. 또한 찾는 이 드문 곳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알려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된 감천문화마을도 생각난다. 그 예술이라는 장르를 이 책의 저자인 심미적 인문학자로 지칭되는 문광훈 교수는 예술작품을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해부하였다. 우리가 인문학을 낯설고 어려워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삶의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단어로 치환되서 글이 복잡하게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심미적 경험 I, II, III로 나뉘어서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위 예술작품들은 삶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군상의 복잡 미묘한 심리들이 담겨있는데 그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에 관한 해석을 저자는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


그림, 음악, 시는 곧 내 삶을 닮은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하듯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일종의 문화탐닉과도 같은 이 책은 이러한 문학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는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인생의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인생에서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모를 때 누군가를 닮고 그대로 따라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내가 내 것이 아닌 것도 같고 부자연스러운 자신을 발견한다. 문학을 안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말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벽이 놓여져 있는 것 같다. 본래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을 배우려고 한다. 진리와 진실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간이 안될 때 난 다시 인문의 바다로 돌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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