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유배지 답사기 - 조선의 귀양터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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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를 답사한다니 저자는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은 발상을 실천으로 옮겼다. 조선시대에는 죄인이 되면 먼 곳으로 귀양살이를 떠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유배지인 남해였다. 아무래도 조정과 지리상으로 동떨어진 곳이어야 정적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학문적으로 높은 수양에 이른 자들도 예외는 없었는데 이들은 권모술수와 당쟁, 붕당정치의 희생양이었다. 그 와중에 유배문화이 꽃 피우게 되었는데 자암 김구가 지은 <화전별곡>은 남해의 찬가라고 <남해향토사>에 적혀 있을 정도로 남해 유배문화를 대표하는 노래였던 셈이다. 화려했던 생활을 뒤로 한 채 멀고 먼 외로운 섬에서 귀양살이를 했을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모든 일들이 일장춘몽처럼 스쳐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유배지엔 백성들이 지은 서원과 비석만이 남아있다. 200여년 전 류의양이 쓴 <남해문견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13일 동안 자전거를 타며 답사를 한 기록인데 남해섬은 엄마가 무릎에 안기를 안고 있는 형상을 닮아 있는데 해안선이 길고 변화가 많다고 한다. 이 곳을 가본 적이 없어서 사진 속의 모든 장면들이 새로웠다. 남해 충렬사를 시작으로 단항까지 이 작은 섬에 이토록 많은 유배지의 흔적들이 남아있는지 처음 알았고 학자들의 귀양살이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배지에서도 틈틈히 글을 쓰며 오늘날 우리들이 읽게 된 책들을 쓴 정약용, 윤선도, 김만중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유배문화는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남해 유배지 답사기>를 읽다보면 남해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이드가 역사 현장을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현지인들도 선조들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할까? 아니면 잘 알고 있을까? 관심에서 멀어지면 잘 보존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앞선다. 서포 김만중은 숙종 15년(1689년)에 3년간 노도로 귀양살이를 살았는데 그 기간동안 나온 작품이 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씨남정기>, <구운몽>, <서포만필>같은 작품들이다. 노도 섬에 가면 김만중이 귀양살이 하면 유배 초당이 남아있고 그 옆에 작은 우물이 남아있다. 혼잡스러운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쉴 새 없이 질척이는 파도소리와 뱃고동 소리만이 아스라히 들릴 뿐이다. 그 적막함 가운데 놓여 있어도 창작 의지를 불태웠던 소설가 김만중. 단지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저자가 걸었던 남해 유배지를 간다면 적막함에 먹먹해질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남아있는데 찾아와주는 이 없으니 그 얼마나 쓸쓸할까? 역사의 소중한 기록을 남긴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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