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2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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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쏘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체는 장 자크 샹뻬가 연상되었다. 일상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샐러리맨, 가족, 6호선, 계절, 마흔, 술, 아내로 각각 나눠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글과 그림들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특히나 샐러리맨은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나와서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 내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의자가 튼튼해야 한다거나 네모난 사각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일해야 하기 때문에 늘 목이 뻐근하고 눈이 침침하다. 술을 일부러 찾아 마시지 않은 관계로 패턴이 같지는 않지만 대개 가정을 둔 사람이라면 전쟁터와 같은 하루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참고 이겨내야지'라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회사로 출퇴근하는데 어떤 날은 사람 진을 쏙 빼놓게 만들고, 붐비는 차 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지각하지 않기 위한 사투가 매일매일 벌어진다. 우리의 인생이 그와 같은 것 같다. 출발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버티며 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밀치고 들어가는 일들처럼. 더더구나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은 남편이나 아내나 슈퍼맨과 슈퍼우먼으로 변신해야 한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무슨 일이든 꺼뜬히 해결해야 하며 모든 걸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는 직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이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려면 내 개인적인 일은 포기해야 할까? 누군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들어오는 압박과 강요에 의해 힘들지만 여러가지 일들을 해내야만 한다. 감상에 젖어있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을 <고마워 하루>로 지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1~2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었다면 울컥했을 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참 뭐가 되고 싶다는 꿈들이 많았는데 어느새 꽉 찬 나이가 되보니 직장에 매인 노예처럼 내가 되고 싶었던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포기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몸은 회복이 뎌뎌 조금만 힘을 써도 지친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되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열심히 산 내게 이런 말을 똑같이 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도 너무나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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