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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세트 - 전6권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조건>은 깊게 고민하면서 읽을만한 대하역사소설이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망가져버린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나라가 분열되고 이념간의 갈등으로 아직까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에 독립했지만 아직까지 민족에게 남긴 상처는 깊게 고여있다. 그래서 일본, 일본인들은 다 비슷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성은 숨길 수 없기에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의 속마음은 제국주의에 물들어 있어서 타민족을 학살하는 것도 미화시키고 자기식대로 합리화시키는 모습이 일반화되어 뇌리에 박혀있다. 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는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든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액션이든 그들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근데 <인간의 조건>은 생각있는 일본인의 참회와 반성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인간으로써 끝까지 남은 본성과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한 지식인의 갈등과 고뇌의 과정들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화와 드라마 연속극으로 크게 히트한 작품이라는데 그 스케일을 짐작하고 남는다. 역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재조명하는 과정들을 통해 그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이웃나라에게 남긴 상처와 아픔을 반성하면서 사죄할 때 진정한 이웃나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 적기에는 아껴가면서 읽을 요량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읽는 중이다. 초반에는 주인공의 철두철미하면서 냉철하게 사고할 줄 아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예비역 병장인 오니시와 사무실에서 크게 말싸움하는 장면은 일본인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생각들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고 주인공인 가미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 온 소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다. 그러다 느닷없이 만주 광산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병역 면제 특권을 받을 수 있다는 채광부장의 제안에 조금 갈등하지만 결혼하여 아내가 된 미치코와 함께 만주로 떠나 광산회사에 새로 부임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중국인과 한국인들을 무자비하게 혹사시키고 학대하는 회사의 방침을 따를 것인지 양심에 따를 것인지 고뇌하게 된다. 과연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타국민들을 노예처럼 학대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일이 올바른 결정인지 갈등한다. 마치 모세가 자신의 민족이 이집트인에게 학대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저지한 것처럼 그는 양심에 따르기로 결정하고 헌병대에 끌려가 고문받는 중국인을 저지하고 저항한다. 그 결과 헌병대에게 심한 고문을 당하게 되면 바로 병역 면제 특권까지 박탈 당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최전선으로 배치된 주인공은 온갖 시련을 겪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로 봤어도 주먹을 불끈 쥐게 할 것 같다.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본 침략군의 잔인무도한 행위를 목격한 양심있는 일본 청년의 고백은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식민지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고자 했던 일본인 청년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으로서의 참된 생각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세뇌시키는지 주인공과 대립되는 인물들의 대화를 보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진심어린 사과을 듣고자 한 우리들의 바램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을 간단히 무시한 지금의 일본 정치인들과 우경화 세력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조건>은 새로운 의미로 읽게 되는 책이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고 그 전쟁으로 피폐화된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람보다 더 일본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게 되기를 바란다. 6권의 대하소설이었지만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그만큼 몰입하면서 빠져들었는데 아주 재밌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