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치료 -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한 그대에게
존 폭스 지음, 최소영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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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라는 것은 내게 운명처럼 다가온 탈출구였다. 고등학교 3학년때 詩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는데 무작정 詩인지 대중가요 가사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글을 습작시 형태로 하루하루 양산해내는 것이 즐거웠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상처, 아픔, 괴로움, 답답함은 운율에 맞춰 배출되었다. 기억에 의존해 그때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 詩가 없었다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울하고 자신감없던 시절엔 마음 안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절실하게 詩를 지으면서 마음을 치유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詩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몇주째 1위를 하던 기억도 이젠 아련하다. 간혹 시 낭송대회에서 일반인들이 시를 읊던 낭만은 이제 어디로 갔을까? 詩를 쓴다는 것은 마음에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비워진 공간에 詩를 채워놓는 과정이 바로 詩를 매개체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詩 치료>는 詩를 제대로 지을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는 과제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단순히 마음을 치유하는 것만이 아닌 詩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중·고등학교때 수업과정 중 국어시간에 詩에 대한 기본원리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막상 함축해서 담아낼려고 하면 잘 안되곤 한다. 詩에 관심많은 내겐 참고서적과 같은 책이다. 詩를 쓰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고 평소에도 면말하게 주변을 관찰하며 부단히 좋은 단어를 수집해야 한다. 詩에 감정을 실어 한 번쯤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로 詩를 읊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산문처럼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운문으로 읊고나면 이 詩를 쓴 저자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썼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詩를 어려워하고 나와는 다른 세계의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내용도 훌륭하고(하나하나 따라해보고 싶을만큼) 편집도 정갈하게 잘 되어있다. 점점 짙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도 눈물이 날 것처럼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이 때 마음에 묵어둔 감정을 모두 담은 詩를 지어봐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마음 가는대로 손길 흐르는대로 순수하게 지을 수 있는 것이 또 詩가 아닌가. 무명씨가 쓴 시 중에 좋은 글귀가 많은 것도 바로 내 경험을 기교없이 쓴 것이라 그렇다. 크게 소리내어 詩를 읊어보자. 소리내어 울어보자.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내보자. 詩는 그대와 세상을 연결짓는 훌륭한 소통법이다. 오늘도 도시의 밤을 바라보며 詩 한 편 읊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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