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맨
J.P. 돈리비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시배스찬 데인저필드,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건너온 27살된 남자다. 그의 배경엔 부자인 아버지가 있는데 유산이 굴러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곁엔 매리언이라는 아내가 있고 태어난 지 얼마안 된 아기까지 딸려있다. 보통 생각하기로 타지에 살면서 가정이 있는 남자라면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야겠지만 주인공은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비웃으며 제멋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법학 공부는 하는둥마는둥 하며, 가끔가다 아내를 구타하고 폭언을 퍼붓기도 하며 가정 일에는 아예 손을 뗐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의 친구 오키프 케네스는 더 가관이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지저분하다. 집은 난장판이며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서는 말도 되지 않는 소설을 써댄다. 진저맨이 생강맨(연한 적갈색) 머리라는데 주인공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리 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해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라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꿈을 쫒는 대신에 지금 눈 앞에 놓인 욕망에 집착하며 아무런 노력없이 유산을 받기만을 바라고 있다. 유부남이면서 여러 여자들에게 접근하여 욕망을 채운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성적 묘사가 외설적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소설 흐름상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문학계에선 주인공의 독백과 의식을 따라가는 구조가 다소 어렵다는 지적을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데이저필드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매리언이었다면 당장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을 것이다. 난장판인 가정 속에서 그녀가 데인저필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언젠가 아버지에게서 상속받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일까 아니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일까? 이미 데인저필드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을 것이다. 중간에 밤 늦게 들어온 것을 외도로 눈치채지 못한다면 얼마나 미련한 여자인가? 1940~50년대는 순진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이 문제작은 혼돈과 방황이 구렁텅이같은 현실 속에서 뒤엉킨 소설이다.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고 읽히고 있는 것은 어쩌면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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