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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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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가족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아야드 악타르가 들려주는 자전적 소설로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아시안 이민자의 삶을 다룬 <미나리>, <파친코> 등에서 보듯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인종차별을 견디며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교포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9.11 테러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9.11 테러의 배후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일으킨 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무슬림 사회는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무슬림들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그들이 미국인 신분인 것과는 별개로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된다. 그의 아버지인 스칸데르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꿈꿨던 아메리칸 드림이나 심장 전문의로서의 자부심마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


미국 시민권자를 취득해 법적으로는 미국인이지만 이민자 출신이 사회로부터 받는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국경 장벽을 더욱 강화하겠다"라는 선언과 함께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 책을 읽으면 더욱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만일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국경 사이에 인접한 파키스탄의 국내 정치가 안정되고 산유국처럼 부유한 국가였다면 악타르가 받아야 했던 비판은 달라졌을까? 선거 때마다 어느 당 소속 어느 후보가 내건 이민자에 대한 정책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직접적으로 내 일상생활과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이민자들이 받는 처우와 갈등이 우려된다.


"지금 미국이라는 곳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 오랜 세월을 미국에서 산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늘 자신을 미국인으로서 생각하고 싶어 했었지만 사실 그 상태를 열망했던 것일 뿐이었다고. 되돌아보니 자신은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하나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 역할이 진짜인 줄 알고 있었다고. 나쁠 건 없었고 그저 그 역할을 하는 것에 지쳤을 뿐이라고."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필력과 빠른 전개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읽힌다. 미국을 찬양하고 자본주의에 흠뻑 취해 살던 그의 아버지가 모든 것을 버리고 파키스탄으로 떠나야 했던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에게 많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고 때론 행복한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보다 좋은 나라는 없다는 사실이다. 악타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현실을 강렬하게 그려낸 이 책은 모든 이민자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깨져버린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과 어느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저자는 아웃사이더로서 파키스탄과 미국으로부터 배척당한다. 무슬림의 배타성과 폭력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가 이민자 출신 미국인으로서 분노와 애증을 되새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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