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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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선 잘 느끼지 못하다가 사건·사고 소식과 이후 벌어지는 일들에 신뢰란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너무나도 많았다. 지켜져야 할 신뢰가 깨졌을 때 피해 당사자인 개인이 무너지고 곰 버섯처럼 퍼진 불신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기, 기망, 결함, 약속 불이행, 거짓말(눈속임) 등인데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고 등 뒤에 칼을 꽂은 일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데도 분통이 터진다. 이 책에서 얘기한 대로 "아주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선뜻 신뢰하는 행동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다."라며 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집단 활동은 초기 신뢰도 깔려 있다는 전제로 의심 없이 작동한다. 근데 이를 예방하고 통제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방관하거나 법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피해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자신을 신뢰하면 그 신뢰가 옳았음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신축 아파트 부실시공, 급발진 사고, 전세 사기, 주가조작, 중고거래 사기 등 상호 간의 신뢰를 어긋나게 한 것도 문제지만 사건 후 대응이나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피해를 당했을 때 안전장치도 없고 법적 처분이 낮게 책정되어 공분을 사게 한다.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로 "유감 표현, 해명, 책임 인정, 회개 선언, 보상 제안, 사면 요청"이 있는데 구성 요소가 많을수록 그 사과가 효과적이라고 인식한다. 대형 사고가 터졌을 때 사고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정, 진상 규명, 법적 처분 등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우리 사회의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진상 규명과 법적 처분은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국민 법 감정에도 동떨어져 사회적 정의도 무너졌다.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끝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많으며, 화해가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의 양가감정과 적의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사례를 들어 신뢰가 인간 행동에 주는 영향을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조직 행동학자가 쓴 책이라 신뢰관계를 비교 실험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떻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흥미롭게 접근하여 해석하고 있다. 신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라면 불신과 갈등이 팽배해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기업, 집단, 사회에서 필독서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저자가 '들어가며'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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