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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아동 학대를 비롯한 아동 범죄 사건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과연 모성이 존재할까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고 믿었던 모성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여성들을 가정에 속박시키기 위해 남자들이 멋대로 창조하고 신성화시킨 가짜 성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며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성 :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
모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에겐 크나큰 트라우마로 자리 잡는다. 아이가 인격을 형성하기까지 돌봐야 할 나이대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고 내버려 둔다면 부모에 의해 인생 첫 단추부터 틀어지는 일이 된다. 근본적으로 '모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 저자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전부 엄마가 되는가?"와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과연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3대에 걸친 모녀 관계로 이를 풀어낸다. 이 소설의 시작은 Y현 Y시의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려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작 17세인 여학생이 자택인 4층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반 친구로부터 신뢰도 두텁고 모범적으로 생활하던 아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저는 딸아이에게 제 모든 걸 바쳐 정말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이후부터 소설은 '어머니의 고백'과 '딸의 독백'이 교차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전개가 된다. 이들에게 비극이 찾아온 날은 산사태로 집이 매몰될 때가 벌어진다. 친정어머니와 딸을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친정어머니는 자신의 딸과 손녀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각 장의 구조가 똑같다는 것이다. '모성에 관하여'로 시작하고 '어머니의 고백'과 '딸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매 사건마다 모성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되묻는 방식이다. 친정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어머니에게 커다란 짐이 되었고, 결정적으로 시댁 식구의 학벌 차별과 모진 시집살이로 인해 딸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게 된다.
근데 문제는 타도코로 집안에서 어머니에게 너무나도 부당한 대접을 요구한다는 거다. 딸이 아무리 고군분투하며 어머니를 도와도 아버지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가정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서로 가까운 가족이라지만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의 차별과 고된 집안일뿐만 아니라 농사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 과연 가족과 결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짚게 한다. 딸과 손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친정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집살이에 시달리는 어머니, 어머니의 짐을 덜어내기 위해 애쓰는 딸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었다. 피로 맺어진 인연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천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