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392년 이성계에 의해 조선을 건국하여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기까지 518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나라를 다스렸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조선 왕조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금 곁에 좋은 참모가 대들보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대에 맞는 참모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 건국 이후 청사진을 제시했던 정도전, 조선 왕조의 기틀을 세울 때 황희, 하륜이 있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세종대왕이 총애하는 과학·천문 기술이 뛰어난 장영실과 집현전에서 훈민정음 창제에 노력한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정인지가 있었다면 우유부단한 선조 곁에는 이이, 유성룡, 이덕형과 같은 참모가 있어 위기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 역사의 주역은 아니지만 참모의 역할이 얼마나 컸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때론 연산군처럼 폭군 곁에 장녹수 같은 자가 실세 참모로 나라를 망쳤고, 광해군 때 국정 농단을 일으킨 김개시가 있다. 임금이 어떤 참모를 둬야 국정을 잘 운영해나갈 수 있는지를 보면 흥미롭다. 임금이 혼자서 나라를 이끌어나가긴 힘들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비롯해 각 기관에 뛰어난 인재들이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운다고 말하는데 518년 조선시대에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진정한 참모의 본보기로 삼을만한 인물들이 많았다. 비록 당파와 당쟁 싸움에 휘말려 유배를 떠나거나 목숨을 잃은 참모들도 있었지만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선 항상 임금 곁에 충신이 있어야 한다.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참모들을 소개해 줘서 좋았다.


"정파 간 대립과 명분과 이념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오늘날의 정치 현실 때문일까? 이원익과 같이 어느 시대건 국익과 민생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펼쳤던 참모의 출현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념으로 극명하게 대립된 오늘날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원익, 김신국 사례처럼 당색과 관계없이 뛰어난 능력으로 발탁된 사례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국정 운영을 한다는 것이 확고한 정치 철학과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편향된 논리와 그릇된 판단으로 본질을 흐리는 건 참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 수많은 참모들이 남긴 업적을 보면 이들이 조선의 역사를 만들어간 실질적인 주역이자 나라의 보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개된 42명의 인물 외에도 얼마나 많은 참모들이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갔는지 모른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며 나라를 빛냈고 어질고 유능한 임금 곁에 유능한 신하가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