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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모험
신순화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한때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귀촌 또는 산골 생활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자연이 좋고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가 매우 사실적으로 경험담을 늘어놓은 것처럼 겉으로 보는 것과 직접 사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거다. 도시에서 살 때와 다른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저자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모험으로 여기면서 오랫동안 꿈꿔온 전원생활을 12년 넘게 지속한 것이리라. 분명 도시와 시골의 일상은 다르다. 불편한 점들도 많고 특히 모기나 날벌레, 쥐, 거미, 말벌 등등 이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고 냉골처럼 추운 겨울철을 버텨야 했다. 그런데도 아파트에 살 때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아간다.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소소한 것에도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 자연을 동경하고 잠시라도 머물고 싶은 이유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어도 그 자체로 좋기 때문이다. 마음껏 뛰놀아야 할 아이들은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집 전체를 놀이터로 삼고 피아노도 마음껏 친다. 8~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곤충도 잡고 어둑해진 밤이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은하수 무리와 조명보다 환하게 비추는 달빛 아래서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때는 학원보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매일 놀았던 그 기억은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은 물론 힘든 난관을 함께 이겨낸 가족애는 전원생활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술술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여기지 않고 모험이라 생각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을 즐기는 그들의 긍정적인 마음 덕분이 아닐까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을 텐데도 12년간 귀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자연과 함께하며 쌓은 일들이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친밀하고 끈끈하게 유지시켜줬다는 점이다. 만약 더위나 추위 걱정 없이 편안한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어떤 모험도 없이 자연에서만 겪을 수 있었던 일들을 모른 채 보냈을 일이다. 글에서도 행복하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고 이 책이 전원생활 혹은 귀촌을 꿈꾸는 누군가엔 반가운 후일담으로 읽힐 것이다. 무엇이든 일단 닥쳐보면 다 겪을만하고 인간은 다 적응하게 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