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박정미 지음 / 들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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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다. 처음에는 0원으로 산다는 게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영국에서 가능한 얘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0원 살기 프로젝트'를 선언하면서 '올드 채플 팜'이라는 농장에서 우퍼 생활을 한 이후 무려 애초 계획했던 1년을 지나 2년 가까이 지속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벨기에,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튀르키예, 조지아, 이란, 인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음식, 은신처, 사랑인데 저자는 '0원 살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핑, 스퀏팅, 보트 살이, 스킵 다이빙, 자급자족 집 짓기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럴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2년 가까이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만으로 돈이 들고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감당하기 버거운 집값, 물가 상승 등 이를 거부한 채 대안적 삶을 선택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른 식으로 사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소비 중심 사회에선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스퀏팅, 스킵 다이빙을 하는 이유도 이들은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하기도 하고 필요한 음식과 은신처를 얻는다. 과도할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은 유통기한이 다가오면 버려야 하며, 오랫동안 빈 집 상태로 방치한다. 현실도피가 아닌 환경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현 체재에 대한 의문들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게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굳은 신념과 믿음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꽤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삶이 있었다. 자급자족의 삶을 말이다. 팅커스 버블, 크리스처럼 엄격한 방식 대신 '올드 채플 팜'의 프란과 닮은 듯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환경, 주거, 낭비 제로, 노동, 식량, 소비 등등 '0원 살기 프로젝트'는 기존 방식을 일체 거부하며, 실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에 부딪히며 우리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많이 내려놓았다. 스킵 다이빙을 첫 시도했을 때 망설임과 부끄러움도 스퀏팅 생활의 불편함도 시간이 지나보니 다 적응하게 되어 있었다. 그건 혼자가 아니라 연대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국보다 물가가 비싸지는 않지만 저자가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던 수많은 사회운동 단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직 젊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지속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공감하면서 대안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든 사람은 살게 되어있다. 오히려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이 훨씬 자유로웠고, 크게 고민할 거리가 없으니 행복해 보였다.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반드시 필독할 것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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