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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속 세계사 - 129통의 매혹적인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6월
평점 :
역사를 배우다보면 정사보다 야사가 훨씬 재미있을 때가 많다. 정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의 사생활을 은밀히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모습과 고스란히 감정이 드러난 글에서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129통의 편지는 역사의 중요한 장면이 되었다. 독재자 또는 정복자더라도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 무엇보다 달콤할 수가 없다. 편지지 위에 쓸 때는 진실된 글을 남기기마련이다. 지금이야 편지나 우편을 쓸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몇 일에서 몇 주씩 걸리던 그 당시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소통 창구였다. 책에 수록된 편지를 읽으면서 우리가 모르던 역사의 이면을 보는 것만 같다. 유일한 통신 수단으로써 역사적 인물이 남긴 편지를 모아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편지의 성격에 따라 사랑, 가족, 창조, 용기, 발견, 여행, 전쟁, 피, 파괴, 재앙, 우정, 어리석음, 품위, 해방, 운명, 권력, 몰락, 작별 등으로 분류하였다. 기원전 1370년경 카다슈만엔릴이 아멘호테프 3세에게 보낸 편지부터 2018년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볼 수 있었다. 공산주의 동맹 관계에 있었던 소비에트연방과 유고슬라이아 관계가 틀어졌을 때 스탈린은 5명이나 암살자를 보내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통령이 보낸 짧은 편지 한 통에 더 이상 암살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일화가 놀라웠다. 아주 손이 빠른 한 명을 보낼 것이며, 다음 사람을 보낼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대단한 배짱이다.
유명 인사들이 보낸 편지를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글을 쓴 당사자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의외의 편지도 있었다. 평화주의자인 간디가 독재자 히틀러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라며 서신을 보낸 것이다. 어느 부분은 편지 한 통으로 역사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만큼 편지가 가진 비중이나 무게감이 컸다는 얘기일 것이다. 편지엔 그간의 사정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있기 때문에 큰 신뢰성을 담보한다. 아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편지가 가진 위력을 실감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운명부터 한 국가의 운명까지 뒤바꿀 수 있는 편지와 함께 역사를 알아간다면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