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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다는 착각 - 우리는 왜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데번 프라이스 지음, 이현 옮김 / 웨일북 / 2022년 4월
평점 :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멕시코(2124 시간), 코스타리카(1913 시간) 다음으로 많은 1908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회사는 근면 성실한 사람을 좋아하고 주중 야근도 모자라 토요일에도 일을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게으르게 사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일에 대한 강박이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쉴 때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게으른 사람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처럼 여겼던 과거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워라밸을 중요시 여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노동생산성이 오른다는 걸 알기 시작했다. 우린 이미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기계가 되어 삶을 소진해버린 뒤 남는 건 무엇일까?
우린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속아 느리고 여유롭게 살지 말라고 다그친다. 게으름이라는 신화는 생산성에 집착하는 기독교로부터 노예들에게 강요되었고 근면 성실하면 천국에서 보상받게 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노예가 나태하거나 '게으르면' 근본적으로 부패하거나 잘못된 면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 노예근성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길들여왔던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우린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어릴 적부터 배우면서 컸고 하나의 부품으로써 성실하게 일해야 좋은 평판을 얻으며 승진하는 시스템에 일과 함께 갇혀버렸다. 몸은 휴식을 간절히 원하지만 번아웃을 겪을지언정 잠시라도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건 불행한 현실이다.
적어도 몸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어야 하고 게으름이라는 낙인에 서로를 가두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애써 동료들의 불행과 현실의 고통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번아웃과 우울증은 충분한 휴식과 게으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건 '당신은 이미 할 만큼 일했으니 잠시 쉬거나 덜 일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린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생산적인 인간'이 되길 바랐지만 이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도 게으른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할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자. 이 책은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