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의 세계사
김정수 지음 / 도서출판 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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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통해 아는 것처럼 나라가 망해갈 때는 부정부패와 사치가 심각했다. 공적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자들 때문에 부정부패는 근절되지 않았다. 권력을 이용해 얼마든지 부조리한 방법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윤리의식을 강조한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부패라는 말이 동양과 서양에서 각기 다르게 표현되고 사회와 문화에 따라 이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으로 유사할 것은 동양에서조차 부패를 정의하는 명칭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양은 바람을 경계하라며 상층부가 발생하는 이 문제는 그들의 솔선수범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면 서양은 암을 제거하라며 도려내야 할 과제로 여긴다는 점이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고 환부를 도려내면 부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었다는 점은 문제의 싹을 제거하면 해결되거라 여겼던 것이다. 이렇게 부패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부패에 대한 관점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부패라면 나쁘게만 생각하겠지만 시대적 상황도 얽혀있는 셈이다.


이 책은 고비 때마다 나타난 반부패 영웅들을 다룬 세계사로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사람·제도·운동의 역사를 담았다. 항상 어려운 시기마다 뜻하지 않은 영웅들이 나와서 바로잡는 역할을 해줬다. 그중 고대 아테네에서 유명한 솔론의 개혁이 있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고대 아테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조차 군주정보다 민주주의가 부패를 억제하는데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가난한 귀족 출신으로 최고 아르콘 자리에 오르자마자 과감한 경제개혁을 단행했는데 귀족과 평민,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실행했다.


우리나라도 시급한 과제인 사법개혁은 솔론이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시민법정단의 수를 최대 6천 명까지 늘리고 제비뽑기로 선발했다고 한다. 애초에 부패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또한 모든 시민에게 고발권을 부여해 보복당할 두려움 없이 제3자도 부패한 권력자들을 고발할 수 있게 했다. 놀라운 점은 시민들의 내부고발을 적극 장려했다는 사실이다. 요즘 시대에도 굉장히 유효한 방법으로 소득신고를 게을리하거나 스스로 재산 축적을 증명하지 못하며 처벌받게 했다.


사회는 법과 제도, 감시자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권력은 항상 부패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손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권력을 더 오래 움켜쥐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법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떠오르게 한다. 역사를 통해 알아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부패와 반부패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늘 힘이 모이고 고여있으면 늘 부패가 창궐한다는 건 진리인 듯싶다. 그래서 부패를 막을 견제 기관과 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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