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공동정부 - 메이지 후예들의 야욕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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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장수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며, 야마구치 현 남단의 조그마한 마을인 다부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 기시 노부스케, 사토 에이사쿠, 아베 신조까지 이들 모두 다부세 출신의 총리라는 점에서 '다부세 막부' 시대라 불러도 될 정도다. 올해 광복 75주년인데 우리 사회 곳곳엔 아직도 일제강점기 지배한 35년 동안 스며든 흔적이 남아있다. 흔히 친일파, 토착왜구라 불리며 정치, 제계, 문학, 예술 가리지 않고 영향력을 끼쳐왔다. 필자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를 '한일공동정부' 상태로 규정하며 일본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눈치를 보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 기업 징용 배상 등 일본은 사과는커녕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확실한 자료가 있지만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며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 징용 배상 판결이 났음에도 지급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국내 우익 단체가 시위 현장에서 내건 플랜 카드와 주장을 보면 같은 국민이 맞나 싶다. 오히려 가해자인 일본은 두둔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왜 '한일공동정부'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왔는지는 바로 이 방대한 책을 읽어보면 역사적으로 모르고 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나 일본이 깊게 관여했는지 읽어가다 보면 '화남 주의'를 머릿속에 되새겨야 한다. 롯데그룹과 기시 노부스케의 관계, 3당 합당과 민주자유당 창당 아이디어의 비밀, 아베와 통일교의 유착 등 만주 인맥의 여파가 얼마나 뿌리 깊이 뻗어나갔는지 알면 기가 찰뿐이다.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일본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반응하거나 쉽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협정을 맺어온 과거를 본다면 분명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한일 관계의 심도 있는 역사를 파헤치며 읽다 보면 독립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친일 청산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사 정리와 사과 없이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정리되지 않는 과거가 자꾸 우리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메이지 후예들이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며 소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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