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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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더니 보지 못했던 디테일함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저자가 고백한 것처럼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지 않고 잠시 멈춰서 있다. 직장에 들어가 계속 일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흔이면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셈이다. 누가 봐도 은퇴하기에는 분명 이른 나이다. 더구나 저자에겐 아내와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인데 일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며 보낸다고 한다. 타운하우스로부터 받는 월세가 유일한 수입원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아날로그로 생활하지만 집안 일과 아이들에게 더 신경 쓸 수 있어 생활에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낯선 미국의 시골집에서 적응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지만 제법 농사일도 하고 손수 망가진 것을 고치면서 제 몫을 하며 산다. 스마트폰, TV, 전자레인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다리미, 토스트기, 전자밥솥도 없고 인터넷, 커피, 고기, 영양제, 술을 끊었지만 그럭저럭 불편하지 않게 그 생활에 맞게 가족 모두가 적응하며 살아간다.


일하지 않으면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다달이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줄어든 소득에 맞게 생활하고 이왕이면 자급자족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좋다. 지루하지만 단순한 삶에서 큰 변화 없이 자연의 순응하며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에 큰 공헌을 하는 존재로 발자취를 남기겠다거나 내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13년 기자 생활의 마침표로 사표를 낸 뒤 아내를 따라 미국에서 살기로 했을 때 그 막막함이 컸을 것이다. 가장으로서 밥벌이를 못하고 시골집에서 비자발적으로 귀촌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직장 생활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가정에 소원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가정보다는 회사 일에 매달리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히 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남들처럼 살면 결국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일에 얽매여 살며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온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지 시작했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개인이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하며 남편이자 아빠 노릇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자기 일을 잘한다는 것이 도리어 비인간적으로 되어버린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인정 욕구를 버리면 결정하기 쉬운데 "내가 평생을 받들고 살아온 틀, 즉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바로 그 틀이 사실은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정을 한 뒤에야 나는 천천히 '은퇴' 쪽으로 마음을 잡기 시작했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빨리 성공하고 싶었고 능력 있는 자로 인정받고 싶었다.


<40세에 은퇴하다>는 근본적으로 삶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는 의미 있는 책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가? 열심히 일해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을 거듭해서 많은 연봉으로 풍족하게 사는 삶이 내가 바라던 목표였는지. 아니면 그 틀에서 벗어나 현재를 마음껏 즐기는 삶을 살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문제다. "남의 시선을 걱정하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있지도 않은 정답을 찾는 삶에서 조금 일탈해봤다. 그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경험이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낙오된 자로 낙인이 찍힐까 봐 겁낸 것은 아닐까? 살짝 벗어나면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음에도 우리는 검증된 길로만 가려한 것일지도 모른다. <40세에 은퇴하다>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에게 적극 추천드리며 필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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