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완연한 봄 날씨라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들려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최근 발생한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이 일으킨 사건이라 그 충격이 훨씬 컸다. 사회에 대한 분노만이 남아 더불어 살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듣다가 <샘터>를 펼쳐들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작은 감동을 받는다. 이번 <샘터 5월호>에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이야기들로 인해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토토로의 숲에서 춤을'에서 토토로의 숲이 계획 토지에 포함되어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소식을 아이들이 듣게 된다. 누군가가 '숲을 사자'는 계획으로부터 시작해 용돈을 모으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이웃집 토토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거액을 보태 결국 3억 엔이 넘는 돈을 모아 숲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도쿄 변두리에 위치한 사야마 구릉지대의 작은 숲은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토토로의 배경이 된 곳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상징적인 장소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사라져 버렸다면 그 상실감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모여 그 작은 숲을 지켜냈다는 사실에서 작은 힘들을 합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 몸을 누일 자리'를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타지인 독일에서 살다 육십을 넘으면 긴 타향살이를 끝내고 고국으로 귀국해 고향에서 편하게 살다가 갈 계획이었다. 여섯 명이나 되는 손자 손녀들이 독일 하늘 아래에서 재롱 피우는 모습을 보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칠순 중반이 되어 한국행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잠들기로 결정한다. 그 후 시청 공공묘지 관리과에 가서 묘지 예약을 신청하는데 사후에 묻힐 묘지를 고르는 장면은 낯설었지만 자유롭게 묘지를 결정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축복인가. 누구나 수명이 다하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나 한 번 떠나야 하는 죽음의 세상. 그 평등한 자연의 법칙을 알고 나니 내가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집 그렇게 어른이 된다'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철이 드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나보다 힘들 배우자를 위한 작은 배려가 모두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배운 인생'은 20여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그 상처와 아픔을 잊기 위해 오지를 여행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배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예순아홉의 나이에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고단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아이를 낳다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2개월밖에 안 된 딸아이를 업고 걷는 사람도 있다. 서로의 아픔을 위로받고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걸으며 인생을 배운다. '이상한 나라의 통과의례'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진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직업과 학교를 강제당한 채 가혹한 통과의례를 치러야 하는 실태가 뼈아프다.


그 외에도 군산 개복동을 되살리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아파트 개발 속에서도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영등포 영단 주택, 버려진 공간을 되살린 실험적 문화 공연에 대한 정보, 20세기 추억으로 돌아간 듯한 뉴트로의 시대에 롤러장의 부활과 낭만 오락실 소식은 반가웠다. 이제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러한 실험들을 보며 사람들에겐 투박하지만 서로가 소통하는 공간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샘터 5월호도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이야기 덕분에 감수성이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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