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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평점 :
아티초크에서 출간 된 윌리엄 헤즐릿의 첫번째 책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를 인상깊게 읽었었다.
내가 가진 생각들 중에도 분명 존재했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무의식이 그의 책을 통해 보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와 생각의 동일시를 이루었다.
헤즐릿의 두번째 에세이집인 이번 책 '왜 먼 것이 좋아보이는가' 도 그날의 감동과 연장선에 있다.
18세기 후반, 급진적 사상가였던 헤즐릿의 이야기는 그 시대인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기 충분했다.
그는 단순히 돈만 많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멸시했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사랑했으며, 대중의 행복과는 대조적인 소수계급의 교만과 권력을 혐오했으니 당시 기득권층에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건방지고 오만한 골칫덩어리!
그러나 세월이 흘러 21세기의 독자로써 보는 그의 글과 사상은 차원높은 철학이 되어 많은 생각들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이번 책에서 나는 유달리 헤즐릿이 살아생전 느꼈던 그의 마음 속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느꼈다.
그가 기득권자들을 그리도 혐오했던 것은 그가 이상주의자 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세상을 너무도 간절히 꿈꾸었기에 더러운 세상의 오염이 그의 눈에는 누가보다 잘 보였다. 도저히 그러려니 참아줄 수 없었다.
그래서 경멸했다. 혐오했다.
모두에게 알리고 함께 싹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그 추악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지만 힘없는 그는 갈등한다.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 가난을 두려워하듯, 자신의 열정을 가로막는 건 죽음이 아닌 현실이었다.
꿈꾸는 것은 좋아보인다.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을 때,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정작 내 손에 닿을 때면, 그냥 별 볼일 없어 보인다. 단점만 가득 보인다.
고상해 보이는 수많은 것들도 다시 보면 두배는 더 상스럽다. 고상함과 상스러움은 백지 한 장차이일 뿐이다.
스스로의 자아실현과 만족을 성공이라는 단어에 넣고 싶어도 이 사회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성공은 무언가를 획득하고 얻어 냈을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란다.
천국같은 세상을 꿈꾸던 이상주의자의 눈에 이러한 현실들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래서 그는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의 다음 생, 다음다음 생에는 더 근사한 세상이 열리리라 믿는다. 아니 믿고싶다. 닿지 않는 먼 곳은 좋아 보이니까.
그런데 어쩌나?
21세기에 사는 우리도 그와 같은 마음인 것을!
몇 백년이 지났고, 겉보기에는 제법 그럴듯 해 진 지금도 헤즐릿이 살던 세상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꿈꾼다. 우리 다음 생, 다음다음 생에는 더 근사한 세상이 열리겠지. 내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은 좋아 보이니까. 그것을 바라보고 오늘도 살아내는 것이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