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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평점 :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4시, 이제 해가 지려한다. 인생에도 시간이 있다. 나의 인생시간도 오후 4시쯤 된 듯 하다.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멈칫했나보다.
그 시간은 그 나이가 되어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시간의 의미를 글로, 책으로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오전시간, 점심시간까지 정신없이 앞만 보고 오르막길을 올라왔다면 이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오르막을 오를 때,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다들 입을 모아 '얼마 안 남았다' 고 말하지만, 올라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상이 도통 안 보인다.
이제 내리막에 들어서 보니 올라오는 이들이 보인다. 내가 수월하게 내려가는 그 길을 올라갈 길로 남았으니 그들은 분명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올라갈 길이 남은 그들이 조금 부럽다.
그때는 특별해지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고, 대단해지고 싶었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에 주연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평범을 추구한다. 인생에 조연은 없더라. 내가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나는 항상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예전에는 평범한게 제일 힘들다고 했던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이제는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오르막길이 조금은 덜 힘들었을까? 적어도 매순간 행복을 좀더 자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인생은 한치 앞도 볼 수없는 안개가 자욱한 길이다. 그 앞에 꽃길이 있는 지, 진흙탕인지 모르니 불안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그 길이 선명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꽃길이든 진흙탕이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된 것 같다.
진흙탕의 순간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려 하지말자. 당사자에게는 그런 말보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어차피 그 길은 자신이 가야하니까.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다.
어른이 되려면 자기만의 생각과 고민, 가치관이 있어야 했다. 많이 느끼고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모난 곳을 둥굴게 만들어 온 사람만이 어른이다. 나이라는 허울 아래 타인을 무릎꿇리려 더 날카롭게 군다면 그의 인생은 아이들만도 못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그런 면면들이 충분히 보인다. 글에서 향기가 난다. 지금 저자가 오후 4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앞으로 더 아름다운 저녁7시, 밤10시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남은 시간도 그렇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