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시리즈 4번째, 구미호 카페가 나왔다. 구미호라면 전설의 고향 속 무서운 호러의 주인공이지만 이 시리즈에서 만큼은 친근하다.
이번에는 카페를 열었으니 방문해보자. 단, 이 카페는 달이 뜨는 날에만 문을 여니 잘 확인하고 가도록.
모두가 떠나 을씨년스러운 재개발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하던 성우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전단지를 받고 구미호 카페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를 꿈꾸는 구미호' 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심호를 만나고, 죽은 이의 다이어리를 사게 된다. 돈 욕심이 많았다는 다이어리 주인의 20일을 살 수 있다는 데, 심호는 20일의 10퍼센트인 이틀을 본인의 영생을 위해 떼어간다.
죽은 자의 18일, 성우는 18일로 뭘 할 수 있을까?
성우에게는 좋아하는 여학생 지레가 있다. 그런데 어쩌다 함께 살게 된 이모 아들 재후도 지레를 좋아하는 데, 돈 많은 재후는 뭐든 맘대로 할 수 있다. 재후가 비싼 금반지를 덜컥 사는 것도 부럽기만 하다. 사춘기 즈음의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은 기죽는 일이다.
그런데 다이어리 주인이 받아야 할 돈 1500만원을 매일 88만 2400원 씩 받을 일이 생긴다. 성우는 그 돈으로 지레와 하고 싶읃 일을 맘껏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라는 것은 희한하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들고, 더 많은 돈이 있었으면 싶다.
이 책은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재물욕심과 애정, 인정을 갈구하는 욕망을 그린다. 우리 모두가 다 가진 욕심과 욕망인지라 차마 성우를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재후도 구미호 카페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후의 바램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인간의 바램은 각기 다르다.
각 사람의 인생을 다 살아본 것이 아니기에 왜 그들이 각각 다른, 자신만의 바램을 품고 사는 지는 알 수 없다. 그저 확실한 건, 그들 각자에게 그 바램들은 절실하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강하게 염원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내게 절실한 것이 타인에게는 의미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 멀리서 보면 재밌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라는 말은 진리다.
나도 지치고 힘든 순간, 내 삶을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 될 수 있을까? 희극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소박한 판타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