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난한 아이, 가난하지 않은 아이 모두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 첫 페이지의 구절을 보고 책을 읽기도 전 부터 마음이 아파왔다. 미국에는 저소득층에게 주는 식품구매 할인권인 푸드 스탬프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렉스와 엄마는 푸드 스탬프로 식료품을 사는 것 조차 버거울 정도로 가난하다. 그래서 렉스는 교내 무료급식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되었다. 혜택은 고맙지만 다른 학생들이 점심값을 지불하고 식사를 할 때, 렉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름을 말하고 저소득층임을 밝혀야 한다. 6학년 첫날부터, 렉스에게 점심시간은 가장 힘들고 불편한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든 무료급식 대상자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종이에도 써보고, 줄 끝에도 서보지만 쉽지 않다. 밥 먹는 게 힘들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했던가? 모두가 가지고 누리는 걸, 나만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은 어른이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렉스는 이제 겨우 6학년 남학생이다. 가난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당장 월세도 공과금도 내기 힘든 렉스의 엄마는 힘껏 살아가려 해도 화가 많아진다. 아들이 굶는 것 보다는 무료급식이라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렉스는 때로 매정해보이는 엄마에게 서운함도 느끼지만 엄마 혼자 힘들다는 것을 일찌기 알았기에 투정을 부릴 수도 없다. 돈이 없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때로는 전부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가난은 무서운 것이다. 설사 렉스의 가난을 지적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하더라도 학교생활 내내 자존감이 떨어지고 위축된다. 엄마의 눈물과 한숨은 렉스가 미래를 꿈꾸기 보다 현실을 보도록 만든다. 가난은 아이들의 마음에 암덩어리처럼 자리잡고 꿈과 희망을 모두 억누른다. 이 책의 저자는 본인이 학창시절 겪었던 슬픔을 이야기화하며 지금도 그런 마음의 상처를 겪을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제는 모든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먹지만, 한때 우리나라도 가난함을 증명해야 밥을 받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어른들의 논리가 합리적일 수는 있지만 더 큰 것을 놓치던 시절이었다. 누구나 렉스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건 렉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그 걸로 그 아이들이 수치스러워 하고 힘겨워 한다면 그것은 이 사회의 잘못이다. 작가는 친구들에게 조언한다. "포기하지 마세요. 시간은 지나가요, 강하게 버티세요.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재능, 바로 희망을 품는 능력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