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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쓰는 상실
정덕현 지음 / 세종마루 / 2024년 12월
평점 :
'상실' 이라는 말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을까? 분명, 사라지고 잃어버림을 의미하는 데 함축된 의미는 넓고 깊다.
그 의미를 글로 쓴다기에 궁금했다.
책에는 전부 6편의 단편이 있지만,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담은 글은 <상실의 깊이>이다
그가 글로 쓰는 상실은 어떤 것일까?
상실은 주관적인 감정이다. 똑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상실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화자는 나를 '당신' 으로 칭하며, 나에 대해 정의한다.
한때 나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대표였고 그때는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날개는 영원하지 않았으니 이혼 당하고, 실업자가 되어 버렸다.
모 그룹 부회장의 운전사로 취직하고 운전훈련소에서 훈련도 받는다. 한달도 못 채우고 해고당하는 운전사를 대비해.
그러나 이제는 방귀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하는 찌질한 중년남성의 모습으로 부회장의 명령에 무릎꿇고 있다.
그 순간, 아들이 그 모습을 본다.
더 이상의 굴욕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찌질한 중년 남성은 해고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느낀다. 그것이 지금 그의 현실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 정략결혼한 아내의 방종, 아들의 일탈 등 그가 잃어버린 상실에 깊이는 있는 걸까?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걸까? 이제 그의 삶은 마치 국밥에 빠진 나비 애벌레 같다.
얼마나 더 잃어버리면 다시 채워질까?
인간의 삶은 비우고 채워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것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가득찼다고 느낀 순간, 모두 비워버리더니 다시 하나씩 채우기 시작한다. 인생이 버라이어티하면서도 스펙타클한 이유이다.
'나' 아니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진짜 내 모습을 돌아보고 깨달을 수 있다. 나에게도 날 아프게 하는 상실이 있음을, 그리고 그 상실을 채우는 것도 나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