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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평점 :
'테이스트,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은 음식 에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음식과 무관한 영화인이다.
스탠리 투치는 배우, 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을 모두 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걸출한 수상이력에 후보지명까지 경력도 화려하다.
그런데 책은 '영화로 본 나의 삶' 이 아니라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이다. 사람의 생존과 직결된 음식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야 당연지사지만 책을 쓰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는 음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이탈리아 가정출신이라고 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집에 손님이 와도 음식 대접을 잘 하지 않는 반면, 이탈리아는 한국처럼 손님이 오면 과일부터 깍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사하셨나요?' 가 중요한 인사인 것처럼 이탈리아도 식사와 끼니를 중요시 여기고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센 나라이다. 스탠리 투치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는 카르보나라 같은 유명 음식의 어원이나 일화도 들려주고, 촬영으로 다른 나라에 갔을 때 이탈리아인으로써 느켰던 그 나라 음식에 대한 소감도 실었다.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깔려있다.
스탠리 투치가 회고하는 음식에 관한 추억에는 가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집안 행사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일 때, 제철 재료가 나올 때 그의 어머니, 아버지는 부엌에서 분주해진다.
사람은 냄새, 향기에서 가장 감상적이어 지고 그리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속에는 따뜻한 집안에 넘쳐 흐르는 맛있는 냄새가 가장 멋진 부분이었다. 배우이자 감독답게 어머니가 요리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무척 생생해서 그의 집에 함께 있는 기분마저 든다.
솜씨좋은 어머니가 뚝딱 해주시는 알리오 올리오, 우오바 프라 디아볼로, 외할머니표 토마토소스, 토마토 샐러드, 투치라구, 렌틸 스파게티 등등, 책에는 이탈리아 전통 가정식 요리의 레시피도 아주 상세하게 실려있다. 독자들도 따라하면 이태리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
그의 인생에 갑작스레 찾아 온 병마는 음식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까지 그저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음식이 자신을 살게 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음식 에세이도 쓰게 되었다.
음식 이야기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나보다. 음식 이야기를 통해 보는 그의 삶 조차 친근하게 다가온다.
왜 그가 음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었는 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도 어린 시절, 기억속에 있던 음식들과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