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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다 ㅣ 바뢰이 연대기 2
로이 야콥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바다는 누구의 것일까? 인간은 바다에 손님으로 찾아온 하나의 끈질긴 생명체이다.
잉그리드도 바다에 살며, 바다에서 나오는 일을 하고 삶을 이어간다. 어머니는 잉그리드가 험난한 바다의 삶을 떠나길 바랬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바뢰이 섬의 생활은 항상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삶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거저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가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죽어가는 악취의 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알렉산더.
이 일로 잉그리드의 삶은 달라진다. 그를 치료해주고 함께 밥을 먹고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대하지만, 세상사는 잉그리드처럼 단순하지 않다.
독일군, 영국군, 전투 등등
작은 섬마을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무서운 일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그녀도 전쟁 후유증을 겪는 이들처럼 정신병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에 수감되기 까지 한다.
그녀가 정말 공황상태의 정신병인 것일까? 그녀는 자신이 정상이라는 것을 아는 데도.
나에겐 낯선 바닷가 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바다는 마냥 아름답지 않으며 거칠고, 위험하고, 팍팍하구나! 라고 느낄 때 즈음,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훅 들어온다.
거친 자연에서 살기 위해 순응하는 인간의 삶은 그저 순한 맛의 역경인가보다. 인간들이 자진해서 만들어 낸 지옥의 악순환은 파도와 강풍따위는는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 근현대사가 가난, 전쟁, 이념, 분열 등으로 고되었고 그 시대 분들의 고생은 익히 들어왔지만 노르웨이 작은 섬 마을, 2차대전 당시 잉그리드의 삶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그저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소소한 삶을 꿈꾸었을 뿐인데
, 역사의 파도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낯선 곳으로 자꾸만 끌고간다.
죽고 사는 것이 그저 운명이라고 체념하게 되는 그 험난한 세월에도 새 생명은 잉태되고 인간의 삶은 이어진다.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인간들도 아름답다.
그런데도 인간들의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