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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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감기는 절대 숨길 수 없다던가?
사랑하는 것은 보아도 만져도 말해도, 뭘 해도 좋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데 너무 아끼고 소중하면 보고, 말하는 것도 아까운 지라 용기를 내서 말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살포시 드러낸다.

누가봐도 럭셔리하고 값나가는 것이 아닌, 작고 소소하지만 날 웃게 하는 것들은 내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이제는 낡았지만 한때 좋아했던 바바리 코트, 은은한 향이 나는 모과, 긴 시간 가족이었던 반려견, 계수나무 잎사귀, 식욕 돋우는 두릎, 봉숭아 물들인 손톱 등등 이들이 주는 작은 행복은 찡한 도파민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는 지루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작은 기쁨들이 모여 매일매일을 이룬다. 매순간 큰 환희들만 있다면 얼마나 빨리 지치고 둔감해질까? 쉽게 얻은 것들은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다정의 온도는 어쩌면 딱 인간의 체온인 36.5도보다 약간 높은 37도쯤이 아닐까?
잘 느껴지지 않지만, 가만히 눈 감고 손대고 있으면 살포시 느껴지는 따스함, 맑은 공기같은 그 느낌! 그것이 다정이다.

이 책도 나에게 딱 그랬다.
작고 화려하지도 않은 데 예쁘고, 은은한 향이 나는 것 같다. 나의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해준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는 물건 중에는 문진이라는 것이 있다. 그저 대충 무게 나가는 걸로 눌러 놓아도 되지만, 조금은 예쁜 유리문진 하나 올려 놓으면 오고가며 볼 때마다 미소지어지는 것 처럼 이 책이 나에게 딱 그렇다. 행복 한 스푼 첨가해주는 소소한 사치처럼 말이다.

요즘은 특히나 자극적인 영상과 뉴스, 기사들에 지치는 나날들이다.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못 보고, 자꾸만 외부에서 무언가를 좀더 찾아 내려는 욕망들은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단이 나는 것 같다.
내 삶의 방향을 평온과 소중함으로 바꾸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조금씩 천천히 음미해보길~ 차를 마시듯 입안에 머금고 조금씩 느껴보길~
자신도 미처 몰랐던 일상 속 따스한 향이 느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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