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의 변호사 - K-법정 좀비 호러
류동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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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죽고 말로 사는 법정은 피 튀기는 설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좀비가 나타나 진짜 피가 튀긴다면?
실제로 법조인인 저자는 가장 살벌한 공간에 가장 살벌한 존재로 소설을 썼다.

공부머리는 좋지만 현실감각은 부족한 연우는 판사가 된 후, 서영과 결혼했지만 그녀는 외도를 저지르고 9살 딸 나현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그러나 놀람도 잠시 좀비의 공격으로 서영은 좀비가 되고 자신도 위험에 처한다.
인물소개가 있자마자 몰아치는 좀비의 공격과 연이은 죽음, 이야기는 긴박하게 진행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좀비들의 공격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소설은 문득문득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사와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들 욕망이 주를 이룬다. 욕망 가득한 좀비가 출몰하기 전부터도 세상은 인간들의 욕망이 뿜어대는 암흑으로 이미 가득차 있었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 '부산행' 처럼, 좀비는 계속 인간들을 쫒고 인간들은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고자 도망다닌다.
누군가 좀비에게 물리면 그는 인간들에게서 버려지고 좀비무리가 되어 다시 인간을 쫒는다. 좀비든 인간이든 어느 한쪽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반복에 끝은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생명연장의 꿈을 가진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힘을 합치기도, 분열하기도 한다.

연우의 입장이 되어 계속 도망치다 문득 떠오른다.
연우의 삶이 궤적에서 그는 처음부터 좀비들에 둘러쌓여 있었다는 것을,
공부만 하고 세상일에 어두운 연우가 미처 보지 못했던 그들의 차이는 좀비로 보이지 않았던 좀비와 좀비로 보이는 좀비였을 뿐이다.
멈추지 않고 달리지만 그 자리 그대로인 러닝머신처럼, 죽기 살기로 뛰면 러닝머신 위에서라도 살아있지만, 그것마저 처지면 나가 떨어져 죽을 수 밖에 없는 삶이다.

이 책은 속도감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라 소설 그 자체로도 무척 재미있다. 그런데, 분명 법정좀비호러 소설임에도 많은 부분들에 상징이 들어있는 듯 보이고, 인생을 비유하는 철학책처럼 느껴지는 신기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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